조지 오웰이 1945년 선보인 소설 ‘동물농장’에는 인간을 쫓아내고 농장을 차지한 동물들이 나온다. 그중에 똑똑한 돼지들은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는 7계명을 내세워 우두머리가 된다. 돼지들의 독재가 시작되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로 바뀐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택시 개편안을 보면서 ‘동물농장’ 7계명이 떠올랐다. "모든 기업은 평등하지만, 어떤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더 평등하다"로 오버랩돼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기자들에게는 보도자료와 함께 9930자에 달하는 종합보고서도 함께 뿌려졌다. 요약하면 지난해 10월 출시된 타다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사실상 택시 제도로 편입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타다 사업 접으세요 전략’이라고도 비꼰다. 국토부의 전략이 먹혀, 타다는 현재 방식의 사업을 접고 플랫폼 운영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기술 진보에 따른 정책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경쟁시장의 약자를 위해 강자를 없애는 방식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정부는 타다를 없앨 게 아니라 택시산업을 어떻게 도울지를 고려했어야 했다"는 게 신 교수의 고언이다.

일당 체제 국가 중국은 어떨까. 중국의 혁신은 ‘선(先)허용, 후(後)규제’의 토양에서 꽃피운다고 한다. "일단 안 돼"가 아닌 "우선 해봐" 정책인 셈이다. 2012년 출범한 중국판 우버 ‘디디’는 택시 뿐 아니라 자신의 차량을 가진 기사들도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줄 수있도록 했다. 택시기사 면허, 렌터카 논란도 없다. 물론 기사의 성폭행 사건 등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차단은 아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디디는 약 5억 5000만명의 이용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루 승차 횟수는 약 3000만회에 달한다. 디디는 지난 4월 일본에 진출했다. 앞서 브라질, 멕시코, 호주 등에도 진출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93%, 1000여개 해외 도시 시장에서는 80%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흔히 올해로 출간 70년이 된 오웰의 또 다른 소설 ‘1984’의 빅브라더에 비유되곤 한다. 올들어 한때 네이버를 전면 차단하는 등 검열과 감시가 강화되는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자란 중국의 한 스타트업은 출범 7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태세다.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이라던 한국의 한 스타트업은 출범 1년도 채 되기 전에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국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타다·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이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택시가 가진 수십만 표 앞에 혁신은 막히게 됐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6월 기준 26만8913명의 택시기사가 있다. 평균 가구원수(통계청)가 2.5명인 것을 고려하면 택시산업은 약 67만표를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타다는 기껏해야 수백여표다. 선거를 의식한 정부가 혁신을 막았다고, 선거 없는 중국의 일당 체제를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정치체제가 어떻든 ‘선허용 후규제’의 혁신 토양이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