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였던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 pathy, DCM)’의 발병 원인이 유전자 변이로 밝혀졌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정상화하거나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체내 비정상적 신호전달체계를 약물로 억제하면 확장성 심근병증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재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교수 연구팀이 확장성 심근병증의 발병원인을 규명하고, 이 매커니즘을 활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한 확장성 심근병증 모델과 ‘LMNA’ 유전자 변이에 따른 핵막의 형태 변화.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실의 확장과 수축 기능에 이상이 생긴 증후군이다. 국내의 경우 10만명 당 1~2명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세계적으로도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해 확장성 심근병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 변이는 심근세포의 핵막 형태를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혈소판 유래 성장인자(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PDGF)가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심장 근육에 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확장성 심근병증 가족으로부터 유도만능 줄기세포(iPSC)를 얻었다. 이 줄기세포는 연구실에서 심근세포로 분화해 확장성 심근병증을 가진 모델로 사용됐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로 만든 심근세포의 핵막에서 유전자 ‘LMNA’의 변이 여부를 관찰했다. LMNA가 핵막의 형태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확장성 심근병증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변이된 LMNA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정상 유전자로 교정하면 핵막의 형태가 정상이 됐다. 반대로 정상 핵막이라도 LMNA 유전자 변이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면 비정상적인 핵막 형태가 나타났다.

이러한 핵막의 비정상적인 형태는 세포 전반에 영향을 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비정상 핵막은 정상 세포에서는 활성이 억제되는 혈소판유래성장인자의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혈소판유래성장인자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약물을 사용하면 확장성 심근병증 치료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혈소판유래성장인자를 억제하는 약물 성분은 ‘크레놀라닙(crenolanib)’, ‘수니티닙(sunitinib)’ 등이 존재한다.

이 약물들은 현재 의료 현장에서 혈소판유래성장인자 과활성화를 보이는 위암 등에 항암제로 사용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크레놀라닙이나 수니티닙 성분을 확장성 심근병증 치료 목적으로 다시 연구하면 신약 재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특이적인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해 특정 질환을 실험실 수준(in vitro)에서 정밀하게 모형화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정밀의학 시대에 역분화 줄기세포 및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심장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18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