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등 오퍼레이팅 인력 3명 파견
연내 2호 자산 산업은행에서 인수

산업은행을 떠나 대우건설(047040)매각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우건설을 전문·독립건설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금 당장 매각 일정을 정하기 보다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여서 자연스럽게 매수자가 나타나게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대우건설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는 등 당분간 대우건설 체질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KDB인베스트먼트 출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이 100% 출자해 설립한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운용사다. 초기 자본금은 70억원으로 시작해 향후 700억원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초대 대표로 취임했고, 임병철 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부사장을 맡았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던 구조조정 회사의 지분을 받아서 밸류업(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과 매각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첫 과제는 대우건설 정상화다. 산업은행은 지난 8일 보유하고 있던 대우건설 지분 50.75%를 1조3606억원에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겼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경영을 정상화한 뒤 시장에 팔아 수익을 내야 한다.

산업은행도 끝내 성공하지 못한 대우건설 매각이지만 이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기업이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좋아지고 경쟁력이 높아지고 잠재적인 매수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가면 (대우건설을) 사려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며 "별도로 매각 일정을 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우건설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대우건설을 전문건설사, 독립건설사의 역동적인 모델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건설의 인사시스템, 평가보상 시스템을 살펴보면 과거 재벌 계열사 시절의 것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재벌 계열사가 아닌 만큼 인사 제도나 평가보상 시스템을 보다 시장에 근접하게 역동적으로 바꿔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 사장에게 사업본부별로 독립채산제(산하기관의 재정을 모(母)기관의 재정과 분리해 운영하는 제도)와 프로핏 쉐어링(이익 공유)을 도입하자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또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의 밸류업 작업을 내부에서 진행할 직원도 파견하기로 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1명과 실무진 직원 2명 등 모두 3명의 직원을 대우건설에 직접 보내서 안에서부터 대우건설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어디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어디가 경쟁력이 떨어지는지 잘 살펴야 한다"며 "손실이 나고 있는 프로젝트나 플랜트 같이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부분보다는 잘하는 것 위주로 정리해서 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안에 대우건설에 이어 2호 자산도 산업은행에서 받아올 계획이다. 이 대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지금은 산업은행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조금씩 매각해서 결국 민영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작업을 국책은행이 아닌 시장과 민간 중심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