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가족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검게 타버린 지폐 620만원, 세탁기 밑에 숨겨뒀다가 물에 젖어 썩은 아들 결혼 자금 1264만원…. 갖가지 이유로 손상된 화폐가 올 상반기에만 2조원어치가 넘었다.

16일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1~6월) 각 금융기관과 한국은행 화폐교환 창구로 들어온 손상 화폐가 지폐 3억3000만장(2조2712억원), 주화 1340만개(12억원) 등 총 2조2724억원어치였다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보다 325억원(1.5%) 늘었다. 권종별로는 만원권이 53.7%로 가장 많았고, 1000원권(39.3%), 5000원권(5.4%), 5만원권(1.6%) 순이었다.

돈이 어쩌다 손상됐나 이유를 봤더니 장판 밑에 뒀다가 눌어붙은 경우, 습기 때문에 부패한 경우 등 '잘못 보관한 경우'가 39.5%로 가장 많았다. 세탁기에 돌렸거나 세단기에 갈려버린 경우 등 '취급상 부주의'로 분류되는 것도 39.1%로 만만치 않았다. 불에 탄 경우는 21.4%였다.

한국은행은 화재 등으로 지폐가 훼손됐을 때 원래 면적 대비 남아 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전액 새 돈으로 교환해준다. 남은 게 5분의 2 이상~4분의 3 미만이면 액면 금액의 절반을 주고, 남은 면적이 5분의 2가 채 안 되면 무효로 처리한다.

불에 타버린 지폐는 붙어 있는 재 부분까지 남은 면적으로 인정해준다. 재를 떨거나 쓸어내지 말고 불에 탄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상자나 용기에 담아 은행으로 가져가야 한 푼이라도 더 건질 수 있다. 경기도 부천의 김모씨 공장에서 불이 나 지폐 3587장이 불에 탔는데 재가 붙은 지폐까지 조심히 옮긴 덕분에 2467장(4957만원)은 새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한국은행 발권국 김광명 팀장은 "불이 나면 경황이 없어 까맣게 타버린 돈은 쓸어내고 옆에 둔 귀금속부터 건져내는 경우가 있는데, 최대한 흐트러뜨리지 말고 서랍째 또는 지갑째 은행으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폐가 덩어리째 뭉쳐져 재로 변해 낱장 식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조폐공사 전문가들의 '전문 감식'이 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