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로 SPA 시장 뛰어든 마트업계
마트 업황 부진과 해외 SPA 브랜드 공세로 성장 정체

재고 정리 행사를 펼치고 있는 롯데마트 잠실점 테 매장.

마트업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자체 의류 브랜드의 성장도 제동이 걸렸다.

롯데마트는 2016년 3월 출시한 자체 브랜드(PB) 테(TE)를 올 여름까지 전개하고 철수한다. 테는 기존에 운영하던 베이직아이콘을 개편한 브랜드로, 트렌드와 가성비를 충족시키는 의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로 출시됐다. 기획과 생산은 자회사 롯데지에프알이, 유통은 롯데마트가 맡아 운영해왔다.

이 브랜드는 마트 의류 브랜드의 한계로 지적된 평범함에서 탈피해 유행에 민감한 상품을 소량으로 즉시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서리얼벗나이스와 협업하는가 하면, 마트업계 최초로 한복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마트 업황의 부진과 의류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작년 말부터 매장 정리 수순을 밟았다. 현재 30여 개 매장에서 재고 처분 행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문 SPA 브랜드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테를 철수하는 대신 탑텐, 무지, 슈마커 등 경쟁력 있는 SPA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면서 "양말, 속옷 등 전문성 있는 카테고리는 속옷 전문 PB ‘보나핏’을 통해 계속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마트(139480)의 SPA 브랜드 데이즈도 실적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데이즈는 국내 SPA 시장에서 매출이 유니클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2014년 3500억원에서 2015년 4500억원으로 매출이 급증한 후 2016년 4680억원, 2017년 4450억원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지난해에도 5000억원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이마트는 데이즈를 2023년까지 매출 1조원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 데이즈가 지난 3월 출시한 9900원짜리 청바지.

2009년 출시된 데이즈는 이마트의 유통망을 활용해 몸집을 키웠다. 마블과 협업해 캐릭터 티셔츠를 출시하고 이탈리아 브랜드 라르디니와 정장을 선보이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쳤지만, ‘마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올해는 기능성 속옷과 9900원짜리 청바지를 출시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를 공략한다. 하지만 업황의 부진을 비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계는 올해 2분기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56% 감소한 235억원으로 전망한다.

홈플러스는 2015년부터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 F2F의 브랜드 개편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콘셉트와 상품 구색 등을 재정비 중이며, 리뉴얼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자체 의류 브랜드를 앞세워 SPA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 유통망을 기반으로 시장에 수월하게 진입했지만, 온라인 유통의 부상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업황이 어려워지자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5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역신장한 반면,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판매 중개 업체(20.9%)와 편의점(8.4%), 백화점(2.7%), SSM(기업형 슈퍼마켓, 1%) 등은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SPA 시장은 유니클로·자라·H&M 등 해외 SPA 브랜드 세 곳이 절반 이상을 장악한 구조다. 여기에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로 이동하고 있어 토종 SPA 브랜드의 영업 환경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마트 PB도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거나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