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혀 검토안해" → "효과 극대화하는 여러 제도 검토"
"개발이익 사유화 막아" vs "실수요자 부담 커" 입장 첨예

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고 부작용을 막는 장치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입찰제’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입찰제는 시세차익의 사유화를 막는 장점이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6일 "상한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여러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전매제한을 좀 더 길게 한다든가 해서 (상한제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가 차익 환수장치를 보완해 상한제의 부작용인 ‘로또분양’을 막겠다는 것이어서 채권입찰제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경기도 판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해 시세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청약자에게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경우 분양가에 채권 매입가격을 더한 ‘실질 분양가’는 주변 집값과 비슷해지게 된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인허가, 면허, 등기, 등록신청 때 매입해야 하는 1종 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분양받을 때 매입해야 하는 2종 채권이 있다.

채권입찰제는 지난 2006년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도입됐다.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한해 적용됐으며 2007년에는 민간택지로도 확대됐다. 당시엔 분양가와 채권매입액을 합쳐 주변 시세의 90%(2007년 8월 이후 8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채권매입액을 많이 써낸 순서대로 당첨자를 뽑았다.

채권입찰제는 시세차익 상당수를 국고로 환수하는 기능이 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지금보다 20~30% 낮아질 전망이어서 청약자는 당첨과 함께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서울 강남구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의 경우 전용 59㎡ 분양가가 11억5000만~13억20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상한제가 도입되면 8억~9억원대로도 내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근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2018년 입주)’의 같은 면적 매매가격은 17억5000만원~18억원이라 10억원 안팎 차이가 난다.

그러나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분양가를 사실상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분양가 부담을 완화한다는 상한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과거 채권입찰제가 시행됐을 때 인기 지역의 경우 대다수 청약자는 상한을 채워 채권입찰액을 써냈었다. 지난 2006년 8월 판교신도시 1차 분양 당시 이 지역 중대형 아파트 청약자 12만7000여명 중 86%에 달하는 10만9000여명이 채권상한액을 채워 써냈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꺾일 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급락했던 2008~2009년에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이들 물량에 대해선 채권입찰제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시세가 하락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2013년에 폐지됐다. 무엇보다 현행 청약제도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100% 가점제가 적용되는 등 과거와 달리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돼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와 함께 대안으로 거론되는 토지임대부 분양이나 환매조건부 분양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분양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면서 "채권입찰제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개발이익 사유화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