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사가 상여금 지급방식 변경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했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 방식으로 바꾸려는 데 대해 노조는 총파업으로 이를 저지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등 잇따른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지난 2015년 이후 5년 연속으로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계속된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 속에서 노조가 오히려 사측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상여금 격월 지급제 유지 안 하면 총파업"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8일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기 위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15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3일 임금과 단체협약 13차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한 채 별다른 소득 없이 회의장을 떠났다. 노조는 사측의 상여금 지급방식 변경은 ‘무모한 도발’이라며 이를 강행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8일에도 성명을 내고 "노조의 동의 없이 상여금을 매달 지급 방식으로 바꾸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할 경우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1일 노조에 두 달마다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위반 해소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통보’ 공문을 보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평균 연봉이 9200만원에 이르는 직원들의 시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저임금은 올해 시간당 올해 8350원으로 지난해 7530원보다 10.9% 인상됐다. 여기에 법정 유급휴일도 최저임금 기준시간에 포함되도록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현대차는 7200여명의 직원들의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여러 수당과 상여금이 기본급보다 훨씬 많은 임금 구조 때문이다.

매달 지급 방식으로 바꿔 기본급에 포함할 경우 추가 인건비를 지급할 필요 없이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는 노조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상여금 지급방식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임단협에서는 현재 만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64세로 연장하고 2025년까지 1만명을 추가로 채용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총파업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7.4%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현대차는 노조가 금속노조 총파업을 계기로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판매 부진 만회 ‘히든카드’ 팰리세이드 증산도 거부한 노조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은 212만7611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1% 감소했다. 6월 판매량은 37만87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감소하는 등 최근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팰리세이드는 현재 국내에서 계약 후 대기기간이 1년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노조는 울산 4공장 조합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증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판매가 시작된 미국에서도 관심이 뜨겁기 때문에 증산(增産)이 된다면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도 만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팰리세이드 증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현재 기존 울산 4공장 외에 울산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4공장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4공장 조합원들은 팰리세이드가 2공장에서도 생산될 경우 특근 수당 등이 감소한다는 점을 들어 증산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치를 468만대로 제시한 바 있다. 기존 모델들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상반기 최대 히트상품인 팰리세이드마저 물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소형 SUV 베뉴와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이 출시되지만, 글로벌 판매량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팰리세이드의 생산량이 확대되지 못할 경우 5년 연속으로 판매 목표치 달성이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몽니’로 현대차가 실적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