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열화 된 고교체계의 정상화를 위해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을 지정 해제하면서 강남 8학군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학교를 자사고에서 취소했다. 배재고, 세화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모두 비강남권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강남과 목동 등 유명 학군으로 다시 눈을 돌리면서 주변 주택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시내 22개 자사고 학부모로 구성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자사고가 폐지되면) 학부모들은 많은 빚을 내서 강남으로 이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8학군인 숙명여고와 단국사대부고 근처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는 7월 첫째주 전셋값이 2500만~5500만원 상승했다.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84㎡는 작년 12억원대에 전세가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3억5000만~15억원 정도로 호가가 뛰었다.

과거에도 학군 수요로 강남 집값이 상승했었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 동향자료에 따르면 2002년 고교 평준화 도입을 시행하자 2001년 초부터 2003년 초까지 2년간 서울 강남권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4% 상승했다. 이번 자사고 폐지로 최근 꿈틀대는 강남과 목동 등의 집값과 전·월세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출산와 만혼 등으로 과거보다는 교육 수요가 적어졌지만, 소득이 양극화하면서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자사고 폐지로 평준화되면 기존에 사교육 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된 강남 등 전통학군의 집값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사고 지정이 해제돼도 강남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은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학교들 대부분 강북에 몰려있어 강남 학군으로 지역 이동을 고려해 집값이 움직이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현재 수시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 굳이 강남을 선택하지 않고 내신 등급을 올리려는 선택도 많을 수 있어 우려할 정도로 강남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