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실무 담당자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소위 굴욕적인 대접을 받았다.

한·일 양국의 실무자급 회의는 12일 오후 일본 도쿄의 경제산업성에서 열렸다. 이날 경제산업성이 배포한 보도사진을 보면 실무회의장에는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홀대'가 드러났다. 화이트보드 1개를 배경으로 테이블 2개와 의자만 준비됐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 관련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실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왼쪽부터)·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회의 참석자 이름표도 없었으며 회의실 구석에는 사용하지 않는 의자가 그대로 비치돼있고, 일부 전선이 삐져나오는 등 화이트보드에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일본어를 인쇄한 종이가 붙어있지 않았다면 회의 장소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회의장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먼저 도착한 이후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산업부 동북아 통상과장이 입장했는데, 악수를 권하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 정면만 응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양국의 당국자들이 처음 만나는 데다 업계와 국민적 관심이 쏠린 자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푸대접을 받은 셈이다.

양국 회의 참석자들의 복장차이도 극명했다. 일본 측 회의 참석자들은 노타이(No Tie)에 밝은색 반팔셔츠 또는 긴 셔츠를 접어올려 입고 제일 윗단추는 풀어헤쳤다. 반면 우리 측 회의 참석자들은 셔츠에 타이, 정장 상의까지 갖춰 입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양자 협의를 철저히 '사무적 설명회'로 표현하고 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어디까지나 사실 확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며, 한국 측과 협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서는 실무적인 설명회 성격의 회의라는 입장을 전제했지만,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그간 조치에 관한 일본의 소명을 듣는 것은 협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