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델타항공이 한진칼(180640)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고 깜짝 발표한 뒤 델타항공과 강성부펀드(KCGI) 간 서신 교환이 이뤄지긴 했으나 현 한진칼 경영진을 포함한 경영권 분쟁의 삼자 모두 뚜렷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추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는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봐야 하는지,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움직임으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델타항공이 이사회 의석을 요구할지 △델타항공과 KCGI가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지 △KCGI의 임시주주총회 요구가 진행될지 등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일정상 이달 내 표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①델타항공, 조원태 회장 우군 맞나

델타항공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조원태 회장의 우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 처음 스카이팀을 구성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꾸준히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사업상 파트너로서 투자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강성부 KCGI 대표(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해석이 맞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델타항공은 일단 KCGI 측 질의에 "이번 투자와 관련해 한진칼 또는 그 경영진, 주주들과 기업지배구조 혹은 장래 이사회 의석을 포함한 문제 등과 관련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리 양측이 조율하고 투자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말한 KCGI 측에 보수적으로 답한 것뿐이란 의견도 있지만, 델타항공이 실익을 추구하려면 한진칼 현 경영진에 무조건 찬성하기보단 중립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 의견이다.

결정적으로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시점이 수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델타항공은 5~6월 한진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는데, 이 기간은 KCGI가 한진칼 주식을 집중 매수하던 시점이다. 당시는 조원태 회장의 고 조양호 회장 지분 상속세가 결정되는 기간으로, 한진칼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조 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커지던 때다. 상속세는 별세 2개월 전, 2개월 후까지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KCGI뿐만 아니라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식을 매수하면서 별세(4월 8일) 당시 2000억원으로 추정되던 상속세는 2600억원으로까지 늘어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시 조 회장이 친한 금융회사들에 공매도를 요청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상속세 마련에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 "델타와 조 회장 측이 깔끔히 조율했다면 굳이 상속세 산정에 포함되는 기간에 집중매수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결국 델타항공이 사업상 파트너로서 한진칼에 어느 정도를 요구하는지가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례를 보면 델타항공이 최소한 의사회 의석 1석 정도는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②델타·KCGI, 주식 추가매수 왜 안하나

델타와 KCGI 모두 주식을 추가 매수하겠다고 공언했으면서도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이미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4월 한때 5만원 턱밑까지 갔던 주가가 2만8000원대로 밀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측 모두 현금은 확보해놨지만, 상대방 입장이 확인되지 않아 매수 시점은 뒤로 늦춘 것으로 추정된다. 델타항공의 경우 지분 10%까지 확보하겠다고 했으나 현 지분(4.3%)만으로도 캐스팅보트가 가능하다면 굳이 더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KCGI는 더 산다고 해도 델타항공이 지분을 더 늘리면 어차피 소용이 없기 때문에 총알을 아끼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 중이다.

KCGI는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캘거리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지분 추가 매수를 위해 유한회사를 차렸으나 갑작스럽게 델타항공이 등장하면서 매수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부에선 델타항공이 절차상 문제 때문에 주식 추가 매수를 못 하고 있을 뿐, 곧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변호사는 "만약 델타항공이 지분 10%를 취득하려고 미국 당국 등에 신고한 것이라면 이 과정에 2~3주 걸린다"면서 "곧 주식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③KCGI 임시주총 요구 가능성은

지분 싸움과 별개로 KCGI가 이사회 진입을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한다면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표면화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주주제안을 하고 임시주총을 요구하면 법적 다툼으로 전개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3~4달가량 소요된다"고 했다. 이어 "요구 시점이 너무 늦어지면 법원에서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다루라'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KCGI가 만약 임총을 요구할 의사가 있다면 곧 표면화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을 제기한 경험이 있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지금 한진칼은 총수 지위를 놓고도 이견이 있을 정도로 지분 문제가 깔끔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지 않느냐"면서 "고 조양호 회장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정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싸움을 건다면 지금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