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강 사건’ 등 병원 진료기록 조작으로 인한 의료분쟁 발생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진료기록 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개발된다. 병원이 진료 기록 원본과 수정본까지 의무적으로 보존해 함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예강이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기술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헬스케어 블록체인 기업 메디블록은 11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의료기관 진료기록 위변조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메디블록은 올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술검증 지원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 됐다. 블록체인 기술검증(PoC, Proof of Concept) 사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기술 구현 가능성, 성능 검증 등 상용화 가능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사업이다.

일부 병원의 진료기록 관리 불투명성, 의료진 진료기록 조작 등으로 다수의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예강 사건’이다. 코피를 흘려 응급실을 찾았다가 치료 과정에서 사망한 전예강 어린이 사건에서 사망원인을 밝힐 증거자료가 되는 ‘진료기록’ 허위기재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해당 병원 간호사 등의 진료기록 허위 기재 행위가 고의가 아닌 실수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됐지만, 여전히 법정 공방 중이다. 이후 국회는 의료기관이 의무기록의 원본과 수정본 모두 보존하고 필요시 환자가 열람하거나 사본을 발급받도록 했다. 이는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진료기록 블랙박스 제도(의료법 개정안, 2018년 9월 1일부터 시행)’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진료기록을 받기 위해 증거보전 신청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만 했던 번거로움을 덜게 됐다.

진료기록 위변조 모니터링 시스템.

진료기록 블랙박스제도가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위변조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메디블록과 연세대 의대가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료기록 위변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맞손을 잡았다.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는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기록 조작 의혹이 종종 재기되지만 환자입장에서는 진료기록의 조작 여부를 판단하거나 조작이 발생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고, 반대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기록이 조작되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입증하기가 어렵다"면서 "시스템 개발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진료기록이 수정·추가기재될 때마다 각 버전에 대한 인증값(원본 데이터를 유추할 수 없지만 해당 데이터 위변조 여부를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값)을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남기고 사용자가 원할시에 이를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진료기록에 대한 위변조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고 대표는 "병원 진료기록들에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해당 데이터 인증값을 진료기록이 생성되거나 수정되는 시점마다 남겨놓게 된다"면서 "환자가 자신의 진료기록에 대해 블록체인에 기록된 인증 데이터와 대조해 진본 여부를 손쉽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이르면 내년부터 일선 의료기관들에서 시범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고 대표는 "대형병원에 적용하기에 앞서 1차 의료기관에 시범 적용할 것"이라면서 "병원도 불필요한 의료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의료분쟁에 의해 낭비되는 1조2500억 규모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