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림포장은 라면·택배 박스 등 상자를 만드는 업체로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사진은 태림포장의 인터넷 사이트 메인 화면.

국내 1위 골판지업체 태림포장(011280)과 태림페이퍼 인수전이 매각 금액 문제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태림포장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는 매각 금액을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는 반면, 예비 인수 후보들은 절반 수준인 5000억원대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 중국 샤닝인터내셔널, 세아상역, 글로벌 사모펀드 TPG와 베인캐피탈 등 5곳이 태림포장·태림페이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회계장부를 살펴보는 ‘데이터룸 실사’를 진행 중이고, 이달 말 정도 현장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인수 후보들은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태림포장은 라면·택배 박스 등 상자를 만드는 업체로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태림페이퍼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다. 두 회사는 온라인쇼핑 등 전자상거래 증가로 포장재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6086억원과 4828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해 태림포장은 61%, 태림페이퍼는 5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가 각각 297%와 315%가 늘었다.

IMM PE는 2015년 태림포장·태림페이퍼를 약 3500억원에 인수했고, 골판지업계 호황인 지금이 매각 적기로 보고 있다.

한 골판지업체 공장에서 관리자가 골판지를 운반하고 있다.

문제는 매각 금액이다. IMM PE는 태림포장·태림페이퍼 매각 금액을 1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가와 기업 인수합병(M&A)시 기업가치 평가기준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은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1조원이란 금액은 과하다는 것이다.

태림포장·태림페이퍼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한솔제지는 지난 4월 "무리하게 태림포장 등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 후보들은 5000억~6000억원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이 골판지 원재료인 폐지 수입을 제한하면서 폐지 가격이 폭락했고 이로 인해 태림포장·태림페이퍼의 실적이 크게 증가했는데,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단기적인 상황만을 고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추후 폐지 가격이 오르면 언제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태림포장·태림페이퍼 인수 후 기계 설비보수와 관련,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장치산업 특성상 매년 기본적인 기계설비 보수를 해야 하는데, 보통 PE들은 이런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며 "태림포장·태림페이퍼 인수 후 기계설비 보수 비용이 매년 200억원가량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