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 연구진들이 올해 2분기들어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통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2019년 1분기 전세계 GDP 성장률이 최대 0.75%포인트(P)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이테스 아이르(Hites Ahir) IMF 선임연구원(Senior Research Officer), 다비데 푸르체리 IMF 연구위원, 니콜라스 블룸 시카고대 교수 등은 최근 영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가 운영하는 인터넷 경제학 학술 매체 ‘복스(VOX)’에 ‘경고: 통상 불확실성이 상승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Caution: Trade uncertainty is rising and can harm the global economy)’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부산 신항 컨테이너 부두.

이 보고서에는 아이르 선임연구원 등 세 사람이 지난해 10월 작성해 발표한 ‘세계 통상 불확실성 지수(World Trade Uncertainty Index)’ 최근 추이가 실렸다. 연구진은 "통상 불확실성이 2019년 1분기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2분기에도 전년 대비 2배 수준이었다. 세계 통상 불확실성 지수는 2016년부터 커지기 시작했는데,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8년 이후 급격히 올랐다. 각각 2015년 0.163, 2016년 0.386, 2017년 0.582였다가 2018년 1.381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는 4.641이었고 2분기는 3.028이었다.

아이르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통상 불확실성을 키운 주요 요인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통상 불확실성 지수도 함께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통상 불확실성 지수를 산출했을 때 미국의 핵심 교역 상대국인 멕시코, 캐나다, EU(유럽연합), 일본 등도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서 통상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아이르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세계불확실성지수(World Uncertainty Index)를 산출한 결과 미·중 무역 갈등과 브렉시트(Brexit) 등 통상 관련 문제가 최근 불확실성 증가의 70%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 증가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이르 선임연구원 등은 "통상불확실성 증가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분기 글로벌 성장률을 최대 0.75%포인트 낮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석기법을 썼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보통 이 경우 VAR(벡터자기회귀) 모형과 충격-반응 함수를 이용해 분석을 하게 된다.

아이르 선임연구원 등 연구진은 영국 경제지(誌) 이코노미스트가 운영하는 글로벌 경제 정보 서비스 이코노미스트텔리전스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 보고서에서 ‘불확실(uncertain)’과 연관된 단어 사용빈도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불확실성 지수를 산출했다. 블룸 교수와 스티브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가 만든 불확실성 지수로,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불확실성 측정 지표로 거론되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PU Index)’가 신문 기사 내 단어 사용 빈도를 이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IMF는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IMF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유로존 지역에서 통상 불확실성과 투자(Trade Uncertainty and Investment in the Euro Area)’ 작업보고서(워킹페이퍼)에 따르면 통상 불확실성이 1표준편차(평균에서 벗어나 있는 정도로 1표준편차 이상이면 전체 분포에서 상위 16.4%라는 의미) 높아지면 1년 3개월 동안 GDP(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비율이 평균 0.8%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적 불확실성과 산업 부문별 생산성 성장: 신용 제한의 역할(Aggregate Uncertainty and Sectoral Productivity Growth: The Role of Credit Constraints)’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불확실성 증대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터키 등 나라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졌을 때 경제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치는 지에 다룬 보고서도 IMF는 발표했다. IMF가 불확실성을 중요한 변수로 여기는 것은 기업이 투자 집행 등을 미루고, 내구재 소비가 줄 뿐만 아니라 금리 등 금융 비용이 상승하는 등 경제 전반을 옥죄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