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일본 소재 기업 TOK첨단재료. 이곳은 반도체 핵심 재료인 '포토 레지스트(감광제)'를 생산하는 일본 TOK의 한국 지사다. 삼성전자 등 한국 고객사를 위해 2012년 설립했다. 회사 근처에서 만난 50대 직원은 "아직 수출 규제에 대한 체감상 여파는 없고 작업도 정상 진행 중"이라면서 "다만 일본에서 넘어오는 원료 수급(需給)을 조절할 것이란 소문이 회사 안에 파다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산(産) 원료는 한국 자회사 직원들은 아예 볼 수조차 없게 일본 본사에서 철저히 관리한다"고 했다. TOK 로고가 적힌 점퍼를 입은 일부 직원은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산업계에서도 부메랑처럼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전자 업체들이 한국산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이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소니에서 분사한 컴퓨터 제조 업체 바이오(VAIO)의 하야시 가오루 대표는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틀림없다"며 "한국 이외의 대체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컴퓨터 제조업체 후지쓰크라이언트 컴퓨팅의 사이토 구니아키 사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공급원이 있어 당분간은 괜찮다"면서도 "문제가 장기화하면 설계 변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에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차질 없이 납품될 수 있는지를 묻는 일본 소니·파나소닉·샤프·닌텐도 등 현지 전자 기업의 문의가 빗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