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대 남성 고용률·사무·생산직 일자리 감소
서비스·판매직 늘고 지방은 취업자수 증가 '미미'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9년 6월 고용동향’은 양적인 지표는 다소 개선됐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노동시장에 냉기가 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취업자수 증가폭(전년 동기 대비)이 2018년 1월(33만4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많은 28만1000명을 기록했고, 고용률도 40대를 제외하면 모두 올랐다.

하지만 실업률(4.0%)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고, 노동 시장의 등뼈 역할을 하는 30~50대 남성 고용률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지역으로 나눠 살펴보면 취업자수 증가의 4분의 3이 경기도에 몰려있었다. 산업별로도 사무직과 생산직이 줄고 서비스·판매직이 느는 양상이었다.

서울 대림동의 한 인력시장에서 중년 남성이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2019년 6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고용률은 61.6%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p) 증가했다. 연령별로 따지면 40대(-0.7%p)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 모두 고용률이 올랐다. 28만1000명을 기록한 취업자수 증가폭도 작년 7월(취업자수 5000명 증가) 불거진 ‘고용참사' 논란을 씻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 발표 직후 배포한 ‘6월 고용동향 분석’에서 "취업자 수 증가가 2개월 연속 20만 중반을 상회하고, 고용률도 2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고용 회복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성 고용률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노동시장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 남성 고용률은 30대(만 30~39세·89.7%)는 0.1%P, 40대(91.0%)는 1.1%P, 50대(86.5%)는 1.2%P씩 각각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30~50대 남성 고용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6개월째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가계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家長)’의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것이다. 여성 고용률의 경우 30대(62.3%)는 1.1%P, 50대(65.9%)는 2.0%P씩 각각 올랐다. 40대(65.7%)는 0.3%P 하락했다.

지역별로 취업자수 증감을 살펴봐도 노동 시장 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늘어난 28만1000개의 일자리 가운데 약 4분의 3인 21만8000개가 경기도에서 생겨났다. 서울(1만1000개)까지 합칠 경우 늘어난 일자리의 81.5%가 수도권에 몰려있었다. 그 다음으로 취업자가 늘어난 지역은 세종시(1만9000개)와 제주도(1만2000개)였다. 세종시는 올해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 부처가 추가로 내려갔고, 제주도는 섬이라 타지(他地)에서 노동력 이동이 어렵다. 나머지 13개 시도에서 증가한 일자리는 2만1000개에 불과하다. 경상남도(-3만개), 충청북도(-2만개), 울산(-1000개) 등 일자리가 줄어든 지역도 있다. 지방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60대 이상 고령자 취업을 고려하면 ‘지방에 사는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의 여건은 더 암울하다. 만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37만2000명으로 지난 2월(39만7000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농림어업취업자 증가(2만3000명)에 정부 재정으로 창출되는 노인 일자리 덕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4%대 실업률 장기화 조짐이 뚜렷하다. 6월 실업률은 5월과 같은 4.0%다. 전년 동기 대비 0.3%P 올라간 것이다. 4.0% 이상 실업률이 6개월 동안 지속된 것도 200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 통계는 1999년 6월부터 직전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을 실업자로 보고 있다. 결국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업난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4% 이상 실업률이 나타난 것은 2010년 1월~2010년 3월까지 3개월 뿐이었다. 설 명절, 각급 학교 졸업, 겨울 추위 등의 요인으로 1~3월의 실업률은 다른 기간보다 높다. 지금까지는 2~3월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뛰더라도 4월 이후로는 실업률이 3%대로 낮아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2월 4.7%로 치솟은 뒤 낮아지긴 했지만 계속 4% 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은 6월 실업률이 4.0%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서 20대의 공무원 시험 준비를 들고 있다. 정동욱 고용통계과장은 "지방직 공무원 시험일이 종전 5월에서 6월로 미뤄지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20대들이 실업자로 잡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6월 실업자 증가폭 10만3000명 가운데 만 15~29세가 6만5000명, 만 60세 이상이 3만9000명을 차지한다.

문제는 공무원 시험과 일자리를 찾는 노인 증가 등을 감안하더라도 실업률이 증가하고, 노동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연령별 실업률을 따져보면 30대(3.7%)는 0.2%P, 40대(2.4%)는 0.1%P 증가했다. 50대(2.4%)는 0.2%P 하락했다. 또 구직기간별 실업자를 따져보면 구직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실업자 수가 3만8000명 늘어나면서 2018년 12월(4만명) 이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사무직과 생산직은 취업자 수가 줄고 서비스와 판매직은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직업별 취업자 증감을 살피면 ‘관리자·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5만9000명 늘었는데, 2017년 9월(3만3000명) 이후 가장 적다. ‘사무종사자’는 2만3000명 줄면서 5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와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를 더한 값은 ‘0’명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 반면 ‘서비스 종사자’는 2016년 10월(13만6000명) 이래 가장 많은 13만3000명이 늘었다. ‘판매 종사자’도 1만8000명 증가했다. 종사상 지위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 2월(13만7000명) 이래 가장 많은 13만1000명이 증가했다.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흐름은 불황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신규 채용은 줄고 구조조정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동안 구조조정으로 늘어난 실직자들이 창업에 나서거나 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한다. 또 그러한 ‘재취업’이 예전만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김지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1월 코리언이코노믹리뷰(KER)에 게재한 ‘한국에서 실업자 유입 및 유출에 대한 재평가(Reassessing the Inflows and Outflows of Unemployment in Korea)’에 따르면 1986~2014년 노동시장에서 매월 평균 취업자의 1.6%가 실업자가 되고, 실업자의 48%가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실업자가 취업자가 되는 규모는 매월 비교적 일정한 반면, 취업자가 실업자가 되는 규모는 경기에 따라 달랐다. 그리고 실업률 변동은 기존 취업자의 실업에서 발생했다. 4%대 실업률이 고착화됐을 경우 일자리 창출 능력(실업자의 취업)이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