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DNA 같은 생체 분자 분석 시 사용하는 ‘멤브레인(Membrane)’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얇은 막 형태인 멤브레인을 구성하는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수준 미세 구멍을 기존보다 손쉽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창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의 내부 채널을 이용한 나노포어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멤브레인의 대량 생산 과정.

나노포어(Nanopore)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멍으로 얇은 막을 만들어 분자의 정체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이 얇은 막이 바로 멤브레인이다. 멤브레인에 분자를 통과시키면서 전기를 흘리면 구멍 크기가 줄어 들어 분자의 크기와 종류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얇은 플라스틱에 탄소나노튜브 구멍이 고르게 박힌 막(멤브레인)을 제작했다. 기존 멤브레인의 오래 걸리는 제작시간과 낮은 동일 나노포어 재현성을 극복하기에 탄소나노튜브가 적합했기 때문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원자가 원기둥 모양을 이루는 물질이다. 지름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분자와 나노입자를 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 탄소나노튜브를 센티미터 수준으로 길게 만든 후 열경화성 플라스틱 ‘에폭시(Epoxy)’ 위에 가로 방향으로 올려 함께 굳힌뒤 세로로 잘라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결과 동일한 나노포어를 가진 멤브레인을 수백개 씩 만들 수 있었다. 균일한 나노포어를 가진 멤브레인의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만든 멤브레인을 유리관 끝에 부착하고 분석할 용액에 담가 전압을 가하면 시료 분석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탄소나노튜브로 만들어진 나노 포어에 반복적인 전기적 자극(voltage ramping)을 더해 멤브레인의 탐지 효율도 높였다. 전기 충격이 구멍 입구를 덮고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동시에 채널 내부에 물을 채워 분자가 통과할 길을 만들어준 덕분이다.

나노포어의 막힘 현상을 이용한 기존 연구는 탐지 효율이 1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탐지법은 효율이 33%로 3배 이상 기능 향상됐다. 이러한 멤브레인 기술은 차세대 인간 유전체 분석기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민혜기 UNIST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단순한 원리로 제작했지만 다양한 시료를 손쉽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면 단분자 질량분석 기술과 같은 응용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영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제작한 나노포어 멤브레인은 물질에 따라 전기신호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차세대 인간 유전체 해독기 개발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테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7월 4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