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7개월째 감소하는 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쳐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9일 재벌 개혁 등을 촉구하는 '공정 경제 성과 보고회의'를 열어 시의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11월, 올해 1월에 이어 세 번째 범정부 공정 경제 전략회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성과 보고회의에서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고 공정이 자리 잡아야 중소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에 열정을 쏟을 수 있고, 대기업도 더욱 경쟁력을 높이며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정 경제는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더 꼼꼼히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 앞서 김상조(왼쪽부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고회의에선 공정 경제에 대한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정부 입김에 맞춰 기업 간섭을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작년 7월 도입한 것을 두고 정부는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재벌 개혁 토대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또한 앞으로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공정 경제를 확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거래법 등을 어기면 임직원 성과 평가에서 감점을 주는 내용의 신상필벌 원칙을 넣기로 한 것이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7개 공기업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790곳에 이르는 전체 공기업으로 확산하고, 민간 기업에까지 전파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날 '공정 경제 성과 보고회의'가 열렸는지도 모르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기업들의 관심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릴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에 쏠려 있었다.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공정 경제가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 공정 경제 성과대회를 열 때는 아니지 않으냐"며 "정치권에서 촉발시킨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로 기업들은 피가 바짝바짝 마르고 있는데, 지금 내치(內治) 중심의 공정 경제 성과를 따지는 것은 시점상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그동안 이 정부는 공정 경제 기치 아래 대기업을 흔드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기업뿐 아니라 노조 등 모든 경제주체에 공정 경제가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 경제 원칙'이 성과 보고대회를 가질 만큼 효과를 거뒀다면 앞으로는 혁신 성장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그동안 공정 경제를 위해 기업 활동에 레드 테이프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동안 공정 경제 풍토가 많이 확산된 만큼 앞으로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