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당장 일본계 자금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일본의 무역 보복 이슈가 장기화될 경우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증시에서 일본계 자금은 13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고,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아 일본자금 동향이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러가지 보복 이슈가 확산 및 장기화 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거래소가 지속적으로 모니링 할 계획"이라고 했다.

◇ "코스피 좀비 기업 솎아낸다"

이날 정 이사장은 올해 하반기에 추진할 주요 사업으로 ‘유가증권시장 퇴출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현행 유가증권 상장 규정에 따르면 ▲매출액 50억원 미만 ▲시가총액 50억원 미달 30일간 지속 ▲자본금 50% 이상 잠식 ▲일반주주수 200명(지분율 10%)미만 등에 해당하면 관리 종목에 들어가고 요건을 일정기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이 기준에 의해 퇴출된 기업은 10년 간 3곳에 불과하며 최근 3년 간은 아예 없다.

정 이사장은 "현재의 매출액과 시가총액 기준이 기업 규모 대비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 퇴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은 적시에 포착해 신속하게 퇴출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실질심사 검토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다양한 유형의 부실 징후 기업을 조기에 적출하기 위해 기업 실질심사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유를 확대하고, 현재 최대 4년에 이르는 개선기간을 단축해 부실 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방치되는 문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9일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액티브 ETF 상장...BDC 제반 작업 본격화

거래소는 호가 가격 단위 및 대량 매매 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투자자의 거래비용을 줄이고 거래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다. 유럽의 경우 가격대와 유동성을 동시에 고려해 호가 가격 단위를 정하고 일본은 유동성이 높은 주요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해 보다 작은 호가 가격 단위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점을 참고해 국내 제도에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 책임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ESG(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관련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ESG 채권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전용 섹션을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ESG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탄소효율지수(Carbon Efficiency), 코스닥ESG지수 등 신규 ESG 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패시브 상품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 이외에 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액티브 ETF를 하반기에 상장하기로 했다. 주식형 액티브 ETF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또 자산 전체를 외국의 1개 특정 ETF에 투자하는 일대일 방식의 재간접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거래소 측은 "일대일 방식의 경우, 투자자가 원하는 해외 특정 ETF에 직접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투자효과가 있어, 기존의 분산투자형 ETF에 비해 해외 직구 수요를 국내로 유입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거래소는 기존의 해외 리츠 기반 ETF이외에 국내 상장 리츠를 편입하는 국내 리츠 ETF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정부의 BDC 도입 추진 계획에 따라 기업 규모와 분산 요건 등 최소한의 외형 요건을 중심으로 상장을 심사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관리 종목 및 상장폐지 요건을 신설하기로 했다. BDC는 공모 및 상장 후 비상장기업, 코넥스 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장 투자목적 회사를 뜻한다.

아울러 대만 지역 개인투자자 유치를 위해, 코스피200 옵션 등 주요 옵션상품의 거래 허용 종목 인증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