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후 9시 30분이 되면, 서울 잠실에 있는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한쪽 벽은 초대형 스크린으로 변한다. 롯데월드의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가 숨겨진 '기적의 돌'을 찾는다는 스토리의 영상이 12분간 방영된다. 길이 180m, 높이 18m의 거대한 영상이 벽면을 완전히 뒤덮는 이번 '매핑 쇼'는 롯데월드가 자체 제작한 것이다. 판타지 영화 같은 장면이 이어질 때마다 방문객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박동기(61) 대표이사는 "꾸준히 축적한 콘텐츠 제작 노하우의 결과물"이라며 "단순히 놀이기구 타는 곳을 넘어, 스토리와 추억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박동기 대표이사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대표 캐릭터 '로티·로리'와 30주년 기념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박 대표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만든 자체 콘텐츠를 글로벌 테마파크 업체에 수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1989년 개장 당시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도 대도시 도심에 있는 테마파크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약 600만명이 찾아, 테마파크 방문객 순위로 국내 1위, 전 세계 17위에 올랐다. 세계 양대 테마파크 운영회사인 월트디즈니유니버설 스튜디오 콘텐츠를 활용하지 않은 곳 중에선 세계 2위다.

롯데월드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직접 제작한 콘텐츠로 세계 테마파크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놀이기구 제작 시장은 미국·유럽 업체가 독점해왔다.

롯데월드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콘텐츠를 앞세워 이 시장을 뚫겠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테마파크는 교외의 넓은 공간에 놀이기구를 설치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지만, 최근엔 VR·AR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도심에 실내 테마파크를 짓는다.

2015년 취임한 박 대표는 2017년 회사 안에 '어트랙션 연구실'을 만들었다. 사내·외 협업을 통해 신기술과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조직이다. 특히 국내 VR 전문 기업인 쓰리디팩토리·아이엠그라운드와 손잡고 최대 16명이 즐길 수 있는 VR 콘텐츠 '코드 네임: 콜드 에너미'와 미니어처 세상을 실시간 VR·AR로 즐기는 '마이크로 벤처'를 개발했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테마파크 전문 전시회 'IAAPA Expo Asia 2019'에서 처음 선보였다. 외국 테마파크 관계자들이 구매를 타진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르면 연내에 해외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개발한 테마파크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수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첨단 기술을 전통적인 놀이기구와 접목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테마파크에 스토리를 입히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미디어 기술을 결합해 테마파크를 무대로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들면, 다양한 연령층이 추억을 쌓기 위해 찾을 것"이라며 "30년 전 개장 때 찾았던 어린이들이 어른이 돼 아이들 손을 잡고 다시 오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롯데월드의 외형 변화도 이끌고 있다. 2017년 4월 개장한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지금까지 3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또 2017년 서울 은평구 롯데몰에 어린이용 테마파크 '언더씨킹덤'을 개점하며 새로운 도심형 실내 테마파크를 선보였다. 경남 김해에 있는 롯데워터파크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실외 파도 풀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롯데의 다양한 테마파크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고객을 끌어모아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