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제재 후 해제방안 논의했으나 복귀 후 중단
진에어, 정부 상대 진행 중인 과징금 취소소송도 영향

조선DB

작년 4월 ‘물컵 갑질’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 진에어(272450)부사장이 지난달 10일 한진칼(180640)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하면서, 진에어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해제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저비용항공사(LCC) 2위인 진에어가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작년 8월 신규 노선 허가 및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행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제재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경영문화 개선 대책 이행을 조건으로 제재 해제 방안을 진에어와 논의하고 있었는데, 조 전무가 복귀한 뒤로 협의도 사실상 중단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진에어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간 단위로 만나 협의를 진행해왔는데, 조 전무가 복귀한 이후 논의가 뚝 끊겼다"면서 "제재 해제 논의가 당분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은 진에어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진에어 노조는 조 전무 복귀 당시 "조 전무가 진에어 지분의 60%를 가진 한진칼로 복귀한 것은 곧 진에어를 사실적으로 지배하겠다는 꼼수와 같다"며 "외국인 신분으로 직접 경영하기 어려워지자 우회적으로 진에어를 소유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에어 제공

진에어의 제재 해제에 대한 국토부 내 최근 기류는 지난 5월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진에어 측에서 경영문화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진에어가 물증을 제출하면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치겠다"고 언급했었다. 양 측의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조 전무가 복귀하기 전까지 진에어는 경영문화 개선 이행사항에 대한 자료를 꾸준히 제출해왔고 국토부도 긍정적인 입장에서 검토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선 올 하반기에 제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조 전무 복귀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모양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조 전무의 복귀는 진에어의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관련 서류 제출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진에어는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10월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진에어는 2017년 9월 엔진 결함에도 항공기를 무리하게 운항한 것이 적발돼 작년 7월 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다. 60억원은 항공법 위반으로 부과된 과징금 중 역대 최다다. 과징금 부과처분을 둘러싼 행정소송은 드물지 않고 갑질 논란과는 무관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진에어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제재가 11개월째 이어지는 동안 진에어는 지난해 하반기 예정했던 신규 항공기 4대 도입을 무기한 보류했고, 올해 중국과 싱가포르, 몽골 등 황금노선 운수권 배분에서도 모두 제외됐다. 진에어의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2901억원, 영업이익은 509억원으로 매출은 3.6% 늘고, 영업이익은 4.1% 줄었다.

경쟁사인 LCC 1위 제주항공(089590)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3913억원, 영업이익 578억원으로 각각 26.8%, 25.1% 증가했다. LCC 막내인 에어서울은 매출이 740억원으로 34.3% 늘었고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350.1% 증가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경영문화 개선과 관련된 내용을 국토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