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년 예산증가율 올해 9.5% 이상으로 편성"
여권 超수퍼급 재정지출 요구에 조세재정硏 맞장구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더 늦기 전에 충분한 규모의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이제민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현재와 같은 낮은 이자율 하에서는 이자지출 관리 부담이 줄기 때문에 적극적 재정정책의 실행이 훨씬 자유롭다."(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 원장)

오는 9월 2020년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국책연구기관이 대규모 확장재정 군불떼기에 나섰다.

당초 정부는 중기재정계획에서 2020년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7.3% 늘어난 504조6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중앙정부부채·D1 기준)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40%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근거가 뭐냐"며 공격적 재정 확대를 주문한 데 이어, 정부 외곽 위원회와 연구소가 논리를 개발해 제시하면서 예산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증액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내년 정부 예산안의 두자릿수 증가율을 점치기도 한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생산적 재정 확장의 모색’이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두 기관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확장적 재정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하고, 그 비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 이후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2020년 예산안에서 공격적 재정 확대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조 연설을 겸한 발표에서 "(재정 투입 시기를 놓쳐 장기 침체가 온) 일본 사례를 반면 교사로 삼아 적절한 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충분한 규모의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1990년대 일본은 불황의 수준 대비 재정 정책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고 산발적이었다"며 "신속한 대응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2020년에 대규모 확장재정을 펴야 한다는 게 이 부의장의 주장인 것이다.

그는 "생산적으로 재정 확장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기존에 건설된 철도, 도로, 댐 등 사회간접자본(SOC)를 개보수하는 사업이 지목했다. 미래 인프라로 빅데이터 플랫폼, 전자정부 서비스 고도화도 지목했다. 또 이 부의장은 저출산 대응 및 기초생활보장제, 사회보험 확대도 재정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곳으로 거론했다.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장기적 시계의 재정정책과 경제성장’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이자 지출의 관리가 안정적으로 될 경우 경기와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의 실행이 훨씬 자유로워 진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현재와 같이 낮은 이자율 수준에서는 이자지출 관리의 중요성조차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 기조에서는 재정 지출의 ‘비용’인 부채 증가에 신경 쓸 필요가 준다는 게 김 원장의 논리다.

그는 "이자율이 경제성장율보다 낮은 경우 일면적 재정확장(조세부담율을 끌어올리지 않는 재정 확대)를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자율이 성장율보다 낮은 상태에서 재정적자가 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그 근거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확장적 재정정책을 공격적으로 펴야 한다고 8일 조세재정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장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와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및 확장적 거시정책의 필요성’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고집하면서 민간의 과잉 저축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가계가 가계부채 형태로 과잉저축을 떠안으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을 불러왔다"면서 "정부가 적자 재정으로 국채를 발행해 과잉저축 일부를 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민주당)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며 "현 시점에서는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고,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곳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2020년 재정지출을 올해(470조5000억원)보다 7.3% 늘어난 504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올해와 같은 수준의 전년 대비 재정지출 증가율(9.7%)가 될 경우 2020년 예산 규모는 516조1000억원으로 11조5000억원 가량 뛴다. 10%가 될 경우는 517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내년도 예산 역시 최소 올해 예산 증가율 9.5%를 감안한 수준에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2018년 기준 국가채무비율도 2.2%포인트 낮아진 만큼 재정을 추가 투입할 여력도 충분하다"면서 "세입 전망과 재정 효율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2020년도 예산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