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에 소비자 불매운동 나서
한·일 기업 희비 엇갈려… 일부 기업 해명 나서기도
불매 운동, 주식시장에도 영향 미쳐

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다이소 매장. 평일 저녁 10명에서 20명 가까이 줄이 늘어서 있던 이 매장에는 손님이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짐을 정리하던 직원들에게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묻자 "다이소는 한국기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직원들은 "손님 수가 줄었는지 말할 수 없다"며 "여름이라서 더워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을 피했다.

8일 오전 다이소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 늘 줄이 늘어서는 다이소이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 목록에 오른 뒤, 이곳을 찾은 손님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한적했다.

같은 시각 유니클로에는 손님이 스무명 넘게 있었다. 하지만 일부 손님들은 한번 쳐다본 뒤, 에잇세컨즈나 탑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에잇세컨즈에서 만난 차지은(34)씨는 "원래 제조유통일괄화(SPA) 브랜드 중에서는 1순위로 유니클로를 가는데 오늘은 에잇세컨즈랑 H&M만 들렀다"며 "일본 제품은 가급적 구매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편의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주말 야간에 130명 오던 손님이 90명 정도로 줄었다"며 "일본 불매운동 때문인지, 매장 문제인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1일 한국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치를 발표한 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 목록에 오른 기업은 난색을 보이는 반면, 애국심 마케팅을 해왔거나 대체재를 판매하는 국내 업체들은 웃음꽃이 폈다.

지난달 31일 올라온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는 이날 현재 3만3000명 이상 동의한 상황이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 기업 목록도 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편의점주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인증사진.

해당 기업은 아식스·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무인양품 등 의류업체와 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 포카리스웨트·조지아·아사히·기린·삿포로 등 음료·주류브랜드 등이다. 소비자들은 이와 함께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글이 담긴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판매자들도 불매운동에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한국마트협회 등은 지난 5일 무기한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일부 편의점주들도 일본 맥주와 담배, 양념 등을 매장에서 빼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보이는 일본 제품은 다 뺐다"며 "손해보더라도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불매운동 분위기에 보이콧 목록에 오른 기업들은 눈치보기에 나섰다. 일본 담배회사인 JTI는 오는 11일 신제품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이날 급작스레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뫼비우스·세븐스타·카멜 등의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업체 측은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연기됐다. 실외행사였는데 비가 예보돼 행사를 미뤘다"라고 밝혔지만 담배업계에선 한일 관계와 관련이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소니코리아도 오는 11일 예정돼있던 신제품 행사를 급하게 취소했다. 소니코리아는 이날 "이번주 목요일 오전 11시 예정돼있던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 출시 행사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취소됐다"고 알렸다.

코카콜라와 다이소는 일본 불매목록에 오르자, 선을 그었다. 코카콜라는 지난 5일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일본 코카콜라가 아닌, 코카콜라 본사에서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가 2대 주주로 3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주주는 한국기업이고 로얄티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이소의 해명이 있었지만, 이날 오전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은 한산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는 기존 패밀리마트에서 상호명을 교체했다는 이유로 불매운동 목록에 오르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CU 측은 "2012년에 라이선스 계약도 종료하고 국내 독자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 일부 차입한 자금도 2014년 상장하면서 다 털어내 브랜드도, 자본도 일본과의 연관성은 0%"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본 여행 취소 인증사진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일본여행취소’라는 해시태그를 달은 사진만 해도 100건이 넘게 올라왔다.

불매운동 분위기는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행 비행기의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저가항공사 주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 진에어(272450)등 항공주는 2~5% 약세를 보이고 있다.

홍준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일본의 한국 경제보복 논의가 시작되면서 일본 해외여행심리 악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며 "우려가 장기화될 경우, 저가항공사 주가는 3분기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제한적인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문구업체 모나미(005360)와 의류업체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005390), 일본맥주 대체 수혜주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등은 일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로 꼽히며 주목받고 있다. 모나미, 신성통상은 지난 4~5일 이틀 연속 오른 데 이어 2시 25분 현재 각각 21%, 9%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7% 이상, 우선주인 하이트진로홀딩스우(000145)는 29.74%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탑텐 아이파크 용산점 직원인 김재준(23)씨는 "지난 주말 매출은 전주 대비 10% 늘었고, 상품을 구매한 손님도 15% 정도 늘었다"며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손님이 늘어난 걸 체감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