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의 유일한 딸기 농장인 '심청딸기농원'은 지난 4월 비닐하우스 재배로 딸기 5000㎏을 수확했다. 2년 전 2000㎏에 불과했던 수확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KT가 구축한 스마트팜 기술 덕분이다. KT는 이 농장에 온도·습도·이산화탄소(CO2) 측정 센서를 갖추고 작물의 생육 현황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관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을남(30) 심청딸기농원 대표는 "작황(作況)을 정확하게 분석해주고, 스마트폰으로 비료와 물의 양도 조절 가능하다"며 "스마트팜 도입 이후 생산성은 늘고, 노동 강도는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KT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모두 농업 분야를 신(新)사업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제조업·서비스업 못지않게 첨단 IT(정보기술)를 이용한 생산성 향상이 높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기), 자율주행 같은 차세대 기술이 농촌에 도입되면서 낙후된 농업 인프라 개선과 지역 경제 발전 같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드론·자율주행 이앙기 '하이테크 농촌'

KT는 현재 노지(露地) 스마트팜,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영농 태양광팜' 등의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노지 스마트팜은 센서로 날씨와 작물의 생육 상황 같은 데이터를 수집·파악해 딱 알맞은 양과 빈도로 물·비료를 주는 시스템이다. 작년부터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함께 전국 59개 농가에 이 기술을 보급했다. 영농 태양광팜 기술은 경기도 이천의 청운표고농장에 적용되어 농사에 필요한 전력을 자급하고 있다.

전북 고창 무장면의 한 농민이 KT가 지난해 10월 이곳에 구축한 노지채소 스마트팜에서 일하고 있다. KT의 노지채소 스마트팜은 농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온도·습도·지온(地溫) 등 작물의 생육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이 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재배 방법을 제시해준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국내 1위 농기계 제조 업체인 대동공업과 손잡고 자율주행 이앙기를 내놨다. 자율주행 이앙기는 GPS(위성항법장치)와 IoT 전용 LTE 망을 활용해 센티미터(㎝) 수준으로 농토를 나눠 관리한다. 모를 심는 과정에서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위치와 간격을 스스로 파악해 심고, 비료도 모의 위치에 딱 맞춰 뿌려 사용량은 줄이고 쌀 수확량은 극대화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농부는 이앙기가 자율주행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며 "농사의 난이도를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드론을 농업에 적용했다. LG유플러스와 팜한농이 함께 개발한 농작물용 드론은 LTE 통신망에 연결해 야간 방제, 장애물 회피 방제, 정밀 방제 등을 한다. 예컨대 배나무용 약제를 실은 드론은 과수원을 비행하면서 배나무만 콕 찍어 약을 뿌리고, 다른 나무는 피해갈 수 있다. 이 회사는 LS엠트론과도 손잡고 트랙터와 이앙기 등 농기계에 자율주행·원격제어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농부는 관제용 컴퓨터를 통해 트랙터를 원격 조종하면 된다. 올 3분기에는 트랙터의 이상 유무를 스스로 진단하고 관리 시점을 알려주는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농촌의 공동화·고령화, 기술로 해결

통신 3사는 자율주행과 IoT 같은 첨단 기술의 도입이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농가 인구는 23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4.4% 줄었다. 그나마 70세 이상이 32.2%로 가장 많았고, 60대(60∼69세)가 26.1%로 그 뒤를 이었다. 농민 10명 중 6명은 60세 이상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업 생산성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첨단 기술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농촌의 상대적 소외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G(5세대 이동통신)의 경우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와 수도권 지역은 망 구축이 상당히 진행된 반면, 농촌 지역은 여전히 LTE(4세대 이동통신)밖에 쓰지 못한다.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사용자 수가 적고, 1인당 평균 수익(ARPU)도 낮은 농촌 지역에 기지국을 설치하고 망을 깔기에는 투자 부담이 크다. 이에 망보다 먼저 첨단 농업 기술 도입을 통해 현지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농촌 지역은 건물 같은 장애물이 적어 자율주행과 드론 신기술을 시험하기 좋은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면서 "농촌 거주자에게 첨단 기술의 혜택을 더욱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