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세워놓은 높은 정보 장벽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신호탄 같다."

지난 6월 말 SC제일은행이 '통합 계좌 정보' 기능을 넣은 모바일 뱅킹 앱을 내놓자 금융권에서 이런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 SC제일은행은 자기 은행 계좌뿐만 아니라 신한·국민 등 다른 은행에 있는 예금·펀드·대출까지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시중은행이 자기의 메인 모바일 앱에 이런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형기 SC제일은행 상무는 "고객들은 이미 핀테크 기업을 통해 이런 서비스에 친숙해지고 있어 여기서 앞서 나가지 않으면 경쟁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불꽃 튀는 검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한눈에'다. 자기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 자산까지 볼 수 있게 하거나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의 전체 대출 상품을 조회하는 등 클릭이나 터치 한 번으로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기존 금융사들의 위기감이 있다. 자기 회사 상품만 고객들에게 보여주며 안주하다가는 맞춤형 금융상품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있는 젊은 미래 고객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벽 낮추는 금융권, "우리 상품 아니어도 검색 가능"

은행권 모바일 앱에서 검색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대출·연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지금은 다른 은행 상품을 검색만 할 수 있지만, 향후에는 다른 은행의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SC제일은행 상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하고 실제 가입도 시키는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KB금융은 지난 1일 모바일 신용대출 분야에서 은행과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4개 계열사에 대한 통합 조회 서비스 'KB 이지대출'을 출시했다. '리브메이트' 앱을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는데, 은행과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와 대출 한도를 한 번에 조회하고 대출도 받을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또 알아봐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이런 점을 개선하고 한 번에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6월 말 모바일 앱 '신한 쏠(SOL)'에 연금 자산 통합 관리 시스템 '내 모든 연금' 서비스를 도입했다. 원래는 신한은행에 예치된 연금 자산만 볼 수 있었지만, 이 서비스에서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다른 금융회사에 맡긴 연금 자산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본인이 은퇴 시기, 기대 수익률과 연금 수령 기간 등을 입력하면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도 계산해준다. 하나은행도 연금 상품을 개편하면서 자기 은행에서 판매하지 않는 펀드 등도 검색해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하반기 검색 경쟁 더 치열해져

토스,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등 이른바 국내 핀테크 '빅 3'는 이보다 앞선 서비스를 하고 있다. 모바일 자산 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이용하면 대출·예금·연금뿐만 아니라 월 신용카드 대금이나 가입한 보험 등까지 금융사를 가리지 않고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간편 송금 서비스로 잘 알려진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역시 1·2금융권의 예·적금과 대출 상품을 비교할 수 있고 P2P(개인 간) 투자 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현재 20개 시중은행의 입출금·적금·펀드·대출 계좌와 14개 카드사의 결제액, 현금영수증 내역을 한곳에서 보여준다.

하반기엔 금융권 검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달에 핀다, 토스, 핀셋, ㈜핀테크, 마이뱅크 등 5개 기업이 각각 선보일 대출 상품 비교 서비스에 주목한다. 소비자가 자기 신용 등급이나 소득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주요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대출 금리나 한도를 한 번에 보여준다. 소비자가 대출 조건을 알아보려 여러 은행 홈페이지나 창구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연말에는 '오픈뱅킹'도 도입된다. 오픈뱅킹은 금융회사가 표준화된 결제·송금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하도록 해서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끼리 서로의 결제·송금망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소비자들은 점점 앱 하나로 여러 가지 금융상품을 검색해가며 송금·결제·재테크 등의 금융 생활을 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