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일본의 보복이 현실화됐지만, 금융시장에선 아직 우려할 만한 움직임이 없다는 게 금융 당국과 시중은행들의 판단이다.

7일 금융감독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들어온 일본 은행들의 자금은 18조원, 주식시장에 투자된 일본계 자금은 12조원가량이다. 일본 은행 자금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은행 자금의 20%가 넘고, 주식 투자금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2% 수준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금융 규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지금 우리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어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일본 은행으로부터의) 엔화 대출이 중단되더라도 보완 조치가 가능하다"며 "최악의 경우 (일본 은행들이 우리 기업들에) 신규 대출이나 롤오버(만기 연장)를 안 해줄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대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계 은행들은 한국에 대한 대출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일본 은행들의 국내 대출은 작년 9월 말 21조817억원에서 올 3월 말 18조2995억원으로 반년 새 1조8000억원가량 줄었다. 그러나 이는 보복 차원이 아니라 일본 은행들의 자금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일본 은행에서 직접 조달한 돈은 7조원이 채 안 되고, 전액 회수 요구가 와도 충격이 없다"며 "지난주부터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일본계 자금이 계속 줄어들 가능성은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 쪽에서 (일본이) 우리 쪽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경로는 은행 크레디트라인(신용 공여) 중단, 일본계 주식 투자 지분을 통한 의결권 행사, 기존 투자 자금 회수 등인데 앞으로도 모니터링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