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이어 SK, LG도 대표이사(CEO)·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재계가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사회 역할을 키워 CEO의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주주권익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오너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CEO·이사회 의장 분리가 ‘보여주기식’ 행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국처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 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만, 지배주주(총수 일가 등)를 견제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CEO·이사회 의장 분리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 최태원 회장, SK(주) 대표이사만 맡아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3월 열린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이사회 의장 분리를 선언했다. 당시 권오현 회장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0.62%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과 3인의 대표이사(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 이상훈 이사회 의장이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4.4%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08%)이며, 2016년 10월부터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로 활동중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올 3월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 이사회 멤버 중 한명을 의장으로 정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SK(주) 지분 18.29%를 보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SK㈜는 올 3월 2019년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회장이 겸직했던 이사회 의장직은 염 전 총장이 이어받았다.

◇ LG 2인자 권영수 부회장,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이끌어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지주사인 ㈜LG에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LG그룹 2인자로 불리는 권영수 LG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계열사 CEO가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다.

LG전자는 올 3월 2019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앉히고 조성진 부회장은 CEO만 맡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는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한상범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은 각각 CEO로서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물러난 박진수 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미국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학철 부회장이 CEO를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오너가 CEO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이사회 의장 역시 오너의 지시를 받는 전문경영인이 맡는 경우가 많아 이사회 투명성이 얼마나 확보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