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반등을 노렸던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판매량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깊은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와 다른 해외 지역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판매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올해 초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앞세워 중국 등 주력시장에서의 사업을 정상화 해 총 76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진했던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판매량 반등을 이끌만한 신차가 부족해 연간 판매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판매 부진으로 인해 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 현지전략형 SUV 모델인 ix25를 소개하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中 판매량 급감하면서 신차 출시에도 글로벌 실적 ‘뒷걸음’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내수와 해외를 합친 전체 판매대수는 212만7611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1% 감소했다. 국내 판매량은 38만4113대로 8.4% 늘었지만, 해외 판매가 7.6% 줄어든 174만3498대에 그치면서 결국 상반기 전체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다.

기아자동차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전체 판매량은 135만30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문제는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6월 판매량은 37만8714대로 지난해 6월보다 8.3% 줄었고 기아차도 23만6229대로 역시 6.2%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판매대수가 지난해보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의 끝모를 부진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차의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1만71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감소했다. 특히 5월 판매대수는 3만6035대로 40.4% 급감했다.

기아차가 중국에서 출시한 준중형세단 K3.

애초 현대차는 올해 잇따라 선보인 신차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판매실적 회복을 기대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는 지금도 출고대기가 6개월 이상 걸릴 정도로 국내에서 ‘대박’을 쳤고 신형 쏘나타 역시 단일 모델 기준으로 국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상황도 나쁘지 않다.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판매대수는 6만42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했다. 미국에서의 판매 라인업을 SUV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점이 주효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판매대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판매 부진이 심화되자 올해 각각 중국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판매목표 달성 벌써 '빨간 불'…5년 연속 목표치 미달 우려 커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올해 판매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해졌다.

지난 1월 2일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목표치보다 5만대 늘어난 760만대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71만2000대, 해외에서 396만8000대를 판매,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468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53만대, 해외에서 239만대 등 총 292만대를 판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반기 판매실적은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4년 연속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판매량이 목표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등을 출시했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는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반등시킬만한 신차도 부족한 상황이다. 애초 현대차는 올 하반기 제네시스의 대형세단 G80의 2세대 완전변경모델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엔진 성능 문제 등으로 인해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소형 SUV 베뉴와 쏘나타 터보,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제네시스 최초의 SUV 모델인 GV80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코나급의 소형 SUV 셀토스와 모하비 부분변경모델 등을 선보인다.

7월 국내에서 출시되는 현대차의 소형 SUV 베뉴.

이 가운데 그랜저 부분변경모델과 셀토스 등은 인기를 끌만한 신차로 꼽힌다. 그러나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은 국내 시장, 셀토스는 국내와 인도 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만큼 이들 신차로 전체 글로벌 판매량이 눈에 띄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소형 모델인 베뉴, 셀토스는 마진이 낮아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제네시스 GV80 역시 올해 말 국내에서 디젤 모델만 판매가 시작돼 역시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공장을 5곳이나 만든 현대차는 이제 중국이라는 ‘블랙홀’을 빠져나오기에는 발을 너무 깊이 담그고 말았다"며 "최근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新)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지만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