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수익성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5일 올 2분기 매출은 56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56% 급락했다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판 것은 비슷한데 남긴 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올 들어 이런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 1~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5조6000억원, 14조9000억이었는데 올해 1~2분기는 6조2000억원, 6조5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25.4%였다가 올 2분기에는 11.6%가 됐다. 1000원어치를 팔면 작년엔 254원을 벌었는데 올해는 116원밖에 못 가져간 것이다.

◇점차 수익성 나빠지는 삼성전자

심지어 2분기 영업이익에는 일회성 수익까지 반영돼 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계약을 맺자 삼성은 이를 믿고 열심히 투자해 부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폰이 안 팔려 삼성이 큰 손해를 보게 되자 애플이 계약 위반으로 수천억원의 페널티를 물어줬다. 삼성은 "일회성 수익이 있었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선 삼성이 9000억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2분기 실질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5조6000억원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망도 좋지 않다. 대표 제품인 D램 가격은 매달 떨어지고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은 계속 구매를 미루는 '보릿고개'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사업도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 창고에 쌓인 반도체 재고 자산만 15조원(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증권 업계에선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3조3000억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약 3년 만의 최저치다. 반도체 실적 개선 시점도 내년 2분기 정도로 잡는 증권사가 많다.

삼성전자의 고객사가 가진 재고가 소진되고 인텔이 PC·서버(중앙 컴퓨터)용 두뇌 역할을 하는 CPU(중앙처리장치)를 출시하는 시점이 와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日 경제 보복 등 불확실성 추가… 하반기도 안갯속

스마트폰 수익성은 중국과 경쟁 탓에 뒷걸음질 치고 있다. 상반기에 출시한 주력 제품인 갤럭시S10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기대만큼 팔리지 않은 탓이 크다. 또 중국 화웨이에 맞서 '세계 판매량 1위'를 지키기 위해 갤럭시A·M과 같은 중저가폰 모델 수를 크게 늘린 것도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4월에 출시 예정이었던 폴더블폰(화면이 접히는 폰) '갤럭시폴드'는 제품 결함 문제로 출시가 두 달 넘게 연기된 상태다. 오는 8월에 출시 예정인 하반기 주력 제품 '갤럭시노트10'과 재출시를 앞둔 갤럭시폴드의 판매 시점이 비슷해진 것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생활가전 사업은 대형 QLED TV와 성수기를 맞은 에어컨 등의 판매 호조로 7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낸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사업부는 애플의 보상금을 제외하면 본전 혹은 소폭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6조원대의 비슷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관건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이냐다. 증권가의 반응은 분분하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선우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가격의 하락 속에 일본의 소재 공급 중단이란 불확실성이 추가됐다"며 "사태가 장기화되기 전에 정부·기업의 조속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KTB투자증권 김양재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생산 차질 우려를 근거로 반도체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