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게임세상]

"다른 회사의 창작적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한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유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다."

최근 대법원이 내린 판결로 게임 업계가 떠들썩하다. 게임 내 구성요소들이 유기적인 조합을 이뤄 창작적 개성을 가진다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게임 창작성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판결로 풀이된다. 유사 모바일 게임이 범람하는 국내 게임 시장을 고려할 때 유통되는 게임 절반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 대법원 "규칙, 표현형식도 모방하면 저작권 침해"

킹닷컴 ‘팜히어로 사가(왼쪽)’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포레스트매니아’.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대법원은 최근 게임사 킹닷컴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킹닷컴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홍콩 모바일 게임 ‘포레스트매니아’가 자사 게임 ‘팜히어로 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14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두 게임은 특정 타일을 3개 이상 연결해 사라지게 하면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퍼즐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패턴이다. 대법원 측은 게임의 큰 틀이 똑같은 것은 괜찮지만, 표현형식 등 게임 구성요소의 디테일까지 같은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봤다.

대법원은 "기존에도 같은 형식의 게임이 있었지만 팜히어로 사가는 과일 야채 등을 기본 캐릭터로 하고 농장을 일체감 있게 표현했다"며 "특정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구성요소들이 유기적 조합을 이루면서 선행 게임과 확연하게 구별된다. 포레스트매니아는 기본 캐릭터를 농작물 대신 동물로 했지만,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표절 시비가 붙었던 게임들도 이번 판결을 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게임 표절 기준이 마련되면 최근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는 한국 모바일 게임업계에선 출시된 게임 절반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게임산업에서 표절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게임 유저들, 대법원 판시 환영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예전 표절 시비가 붙었던 게임 이름을 언급한 댓글 중 하나.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는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한 게임이 성공하면, 그와 흡사한 방식의 게임 출시가 뒤따른다.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짧아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게임 업체는 게임 유저들의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행위)’을 유도하고 초반 흥행에만 집중하는 게임을 제작하는 사례가 많다.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표절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게임 유저들은 이번 대법원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루리웹 등 대형 게임 커뮤니티에는 대법원판결 내용과 함께 과거 표절 시비가 붙었던 게임 사례를 나열하며 재판결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임 유저들은 "표절 시비 붙었던 게임 업체들 찔리겠다", "베끼지 말고 제발 제대로 된 창작을 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과거 표절 시비가 붙었던 게임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 게임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에 저작권 의식이 강화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판력(판결 번복을 막는 원칙)으로 인해 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다시 다툴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법무법인 세종)은 "기판력으로 인해 한번 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더는 다툴 수는 없지만, 이번 판시로 인해 과거 표절 시비 관련 게임들이 다시 상기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