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불똥이 국내의 또 다른 주력 산업인 조선업으로 튀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장 비상등이 켜졌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 21%의 매머드급 조선사가 등장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대형 글로벌 기업의 합병 승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해외 각국의 공정 거래 당국에서도 독과점 여부 등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를 비롯해 어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어렵게 된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과 기업 결합을 위해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중 일본과 유럽연합(EU)·중국·카자흐스탄 등 5국에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측은 EU의 반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해운업이 강한 EU는 대형 조선소가 발주처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일본 공정 거래 당국의 판단 여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 심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반한(反韓) 감정을 이유로 인수를 불허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결정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1~2위 국영 조선사인 CSIC와 CSSC 합병을 공식화한 것은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선 다행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