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한국 수출을 작년 11월에도 3일간 중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화수소는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한(對韓) 경제 제재 품목 3종 중 하나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당시 불화수소를 경제 재재의 무기로 쓸수 있을지 속된 말로 '간을 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를 눈치 채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11월에 불화수소의 수출을 막은 이유는 수출 서류 미비였다. 그외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고 한다. 한 반도체업체의 관계자는 "당시에도 한일 관계가 최악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선 일본 정부가 일부러 불화수소 수출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 막은 것이란 말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산업부와 긴급 회의에 참석해 '일본이 소재·부품을 무기로 쓸 경우 한국 기업이 받을 타격'을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일본산(産) 불화수소, 포토 레지스트(감광액) 같은 핵심 소재와 증착·식각 장비의 반입 중단을 전제로 한 생산 피해 우려 보고서를 서면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후 6개월간 별다른 추가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 산업부가 긴급회의를 열긴 했지만, 관료들은 '일본이 설마 우리에게 이런 경제 재재를 감행하겠느냐'는 분위기였다는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작년 11월의 경우는 일본이 경제 제재를 꺼내든 것으로 보기 힘들었다"면서도 "지난 3월부터는 일본 기류 변화를 감지해 통상 파트를 중심으로 제재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소재·장비를 국산화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데 연구개발(R&D) 예산을 더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