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투자 지원해 소비 높여 2.5% 성장률 달성 목표
민간 전문가 "경기부양 효과 기대할 정책 보이지 않아"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경기 하방리스크 대응과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을 위한 투자활성화를 꼽았다.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마련하고, 기업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주택과 SOC(사회간접시설) 확충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4월 발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3분기 중 편성 예산의 70%를 집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민간·공공·재정투자 확대를 통해 정부는 올해 2.4~2.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정책 수단이 수출 부진 장기화와 제조업 침체 등으로 취약해진 성장 여력을 확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심의,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경제정책방향의 3대 정책방향은 ▲경제활력·리스크 관리 ▲체질개선과 미래대비 ▲포용성 강화 등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오른쪽 두번째)가 7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을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병렬 경제구조개혁국장, 한훈 정책조정국장, 이억원 경제정책국장, 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

이날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각종 투자활성화 방안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10대 중점 관리 과제 중 ▲10조원 플러스 알파(+α) 수준 투자프로젝트 추진 ▲규제샌드박스 사례 창출・확산 지원 ▲제조업 업종별 전략 수립 및 4대 선도 신산업 추가 발굴 ▲서비스업-제조업 차별시정 및 서비스 핵심규제 개선 ▲수출금융 지원 강화 및 수출시장구조 혁신 방안 수립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 및 주52시간제 확대 대비 등 기업들의 투자 애로를 개선하는 정책들을 최우선 추진 1~6순위 과제로 제시했다.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정부는 기업 규모에 따라 1~7%인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법 개정 후 1년동안 2~10%로 높이는 한시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을 의약품 제조시설로 확대하고, 설비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법인세 납부를 늦게 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가속상각 혜택을 올해와 내년에 한해 대기업,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축소했던 기업 대상 세금 감면책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소폭 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화성 복합 테마파크 조성(4조6000억원), 대산 산업단지 내 HPC 공장 건설(2조7000억원),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 내 R&D(연구개발) 캠퍼스 조성, 수도권 소재 마이스(MICE) 시설 건립 등 10조원+α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주택, SOC 확충 등 공공기관 투자(1조원), 지역 도서관·체육시설 등 생활SOC사업(2조9000억원)도 추진된다.

무엇보다도 지난 4월말 제출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이 7월 중 국회를 통과하면 9월까지 편성 예산의 70%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추경 예산안이 집행되면 약 0.1%P(포인트) 가량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편성 예산안을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추경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예산 집행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수 소비 지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노후차 교체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주는 대상이 15년 이상 휘발유·LPG(액화석유가스) 차량으로 확대되고, 한국전력 복지할인대상에 포함된 335만 가구가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기기를 구입할 경우 가구 당 2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 금액의 10%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수소전기차를 구매할 때 400만원 한도 내에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주는 조치도 2022년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오는 11월에 차질없이 개최해 해외 소비 수요를 국내 소비로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각종 투자·소비 촉진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 2.4~2.5%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작년말에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6~2.7%) 달성은 어렵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민간 예측치(2.0% 안팎)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게 정부 의지다. 내년에는 2.6%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정부 및 연구·금융기관 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대외 경제여건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수출과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지만, 수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경기가 연말에는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경기가)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장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0.4%) 등을 감안하면 2.5% 안팎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으로 성장률을 0.2%P(포인트)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정부가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세제 인센티브는 세금 감면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최대 6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업 투자 프로젝트도 실제 투자가 시작되는 시점이 내년 이후이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2.5%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신규 재정투입이 10조원 이상 이뤄져야 하는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그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경기부양 정책은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