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 미디어 시장을 잡기 위한 제품·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로 다양한 초고화질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2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5G(5세대) 네트워크 기반의 클라우드 VR 게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VR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카카오VX, 롯데월드와도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전용 HMD를 쓰고 5G 클라우드 VR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클라우드 VR 게임은 매번 VR 게임 실행을 위해 PC 및 게임 구동, 케이블 연결과 디바이스 설치 등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다. 실제 게임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G 네트워크가 구축된 곳이면 언제든 고사양의 VR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적인 VR 게임은 HMD(VR 헤드셋) 단말 성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제 LTE 환경에서는 한정된 대역폭과 150Mbps 이하의 속도 품질로 인해 클라우드 방식의 VR 게임은 안정적인 운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5G 네트워크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단말 성능에 상관없이 저사양의 기기에서도 고품질의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롯데월드, 카카오VX와 제휴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장르의 VR 콘텐츠를 8월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LG유플러스 고객은 롯데월드 내에서 운영하는 인기 콘텐츠인 ‘어크로스 다크’, ‘후렌치레볼루션2’와 같은 콘텐츠를 VR로 즐길 수 있다.

김준형 LG유플러스 5G서비스추진그룹장은 "5G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고 연말까지 고객 수용도를 점검하여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AR과 VR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T 모델들이 4K 초고화질로 현실감을 높인 ‘KT 슈퍼VR’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KT는 지난 1일 4K 무선 VR 서비스 ‘KT 슈퍼VR(Super VR)’ 출시를 발표했다. 발표를 통해 스마트폰 착용이 필요 없는 독립형 HMD와 4K 콘텐츠 450여편을 새롭게 선보였다. 내년에는 5G 모듈이 탑재된 HMD도 선보일 계획이다.

슈퍼VR은 피코(PICO)의 G2 단말을 사용, 와이파이(Wi-Fi)를 통해 4K 화질을 제공한다. 기가 라이브 TV가 3K 화질로 616ppi(인치당 픽셀 수)급 화소를 제공했다면, 슈퍼VR은 화소 수가 818ppi로 늘었다. 아울러 렌즈를 개선해 눈부심 현상을 줄였으며, 안경 착용자를 위해 ‘글라스 서포터’를 추가했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콘텐츠 강화를 위해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의 관계사 바른손과 손잡았다. 바른손과의 협력을 통해 VR 영화와 게임을 결합한 ‘멀티엔딩 VR’ 콘텐츠를 선보인다. 이밖에 아프리카TV와 협력한 e스포츠 멀티뷰 중계,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와 협력한 VR 전용 스타 콘텐츠, 이너테인먼트와 협력해 만든 아이돌 VR팬미팅 콘텐츠(바스타 라이브VR)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강화한다.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은 "고화질 HMD 기기 시장이 워낙 고가로 형성되어 있어 하드웨어 제조로 유명한 중국의 피코와 협력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비교적 값싼 하드웨어와 풍부한 콘텐츠를 통해 VR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나이언틱과 올해 2월 통신사 독점으로 5G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협력 첫 단계로 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 공동 마케팅을 시행한다.

SK텔레콤은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옥수수의 VR 전용관을 통해 매달 VR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VR 영상도 서비스하며 화제가 됐다.

과거 전 세계를 포켓몬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AR 게임 포켓몬고로 유명한 나이언틱과도 손을 잡았다. SK텔레콤은 나이언틱과 AR 게임 ‘해리포터’를 서비스하며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게임에 사용되는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나이언틱은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5G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반 실시간 초저지연 멀티플레이 서비스 △지역 기반 AR 플랫폼 구축 등 공동 R&D 및 서비스 출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SK텔레콤은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연내 테크 합작회사를 설립,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AR, VR 게임 서비스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5G 품질 경연장으로 거듭난 실감 미디어 시장에서 통신사 간 자존심 대결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영국투자은행 디지캐피탈에 따르면 국내 VR·AR 등 실감 미디어 시장 규모는 2018년 57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2년 5조2000억원으로 9배 성장할 전망이다. 닐슨 역시 세계 VR 시장이 2018년 36억달러(4조2000억원)에서 2019년 62억달러(7조2000억원), 2022년에는 163억달러(20조원)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