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현대상선사장이 오는 4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정회원 가입을 이뤄냈다. 현대상선은 애초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하면서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적자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와 초대형 선박 20척 인도 등 주요 과제가 남아있어 올해 하반기 행보도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롤프 하벤 얀슨 하팍로이드 사장, 제레미 닉슨 ONE 사장, 브론손 시에 양밍 회장 겸 사장.

2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1일 세계 3대 해운 얼라이언스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했다. 디얼라이언스는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ONE(Ocean Network Express), 대만 양밍해운 등으로 구성된 동맹체다. 현대상선은 2030년까지 디얼라이언스와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선사 필수 조건인 얼라이언스 가입을 이뤄내면서 한시름 덜게 됐다. 글로벌 원양 컨테이너선사는 전 세계 모든 항만에 직접 배를 보낼 수 없어 비슷한 규모의 선사끼리 동맹을 통해 노선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 또 다른 해운 얼라이언스인 ‘2M’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종료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얼라이언스 가입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해운업계에서는 애초 현대상선이 기존 2M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요 얼라이언스 중 한 곳인 오션과의 협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상선은 세계 3대 동맹체 중 한 곳인 디얼라이언스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재훈 사장은 취임 이후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5월 17일부터 4차례에 걸쳐 1억7417만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인 데 이어 6월 17일 얼라이언스 계약 체결 직후인 6월 27일에도 996만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배재훈 사장이 책임 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해왔고, 앞으로 계속 살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실적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선박 20척을 인도받더라도 높은 선박금융 비용 때문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세호 산업은행 산업혁신금융단장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조달하는 선박금융의 이자는 7.5%로 높은 수준이다. 이익을 내려면 미주 노선에서 경쟁 선사보다 운임을 더 높게 받아야 한다. 배재훈 사장은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을 이용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 가입만으로 흑자 전환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