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다. 너무 훌륭한 일을 하셨는데 제 옆에서 함께 말씀을 하여야 할 것 같다. 신 회장은 지난달 워싱턴에 방문해 3조6000억원을 미국에 투자했다. 매우 감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 진행된 한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추켜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가 지난 5월 31억달러를 투자해 루이지애나에 완공한 에탄크래커(ECC·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틸렌 생산) 공장 투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재차 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그룹들 중 유독 롯데그룹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나고 다른 그룹 총수들과는 악수를 나눴는데, 신 회장과는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며 친밀함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는 대미(對美)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룹으로 꼽힌다. 신 회장은 이날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대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루이지애나 공장 이후 서부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 호텔 사업을 추진 중이다"며 "롯데가 대미 투자 확대의 가장 최근 사례이다 보니 다양하게 언급된 거 같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건 롯데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주요 그룹들은 미국 경제 호황과 투자 환경 개선에 발맞춰 대미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5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미국 남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세탁기공장을 준공했다. 3억6000만달러를 투자한 이 공장은 연간 120만대의 프리미엄 세탁기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에 2005년부터 생산공장을 가동해왔다.

SK그룹의 에너지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는다. 2021년까지 1단계, 2025년까지 2단계 개발까지 진행해 연 2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총 50억 달러를 투입해 50GWh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두산은 2007년 5조원을 투입해 미국 잉거솔랜드의 건설기계 사업부(현 두산밥캣)를 인수했다. 당시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조지아주와 태양광모듈 생산공장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GS그룹의 발전 계열사인 GS EPS는 국내 민간 발전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SPC그룹도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파리바게뜨 매장 2000개를 열 계획이다. SPC그룹은 매장 확대를 통해 총 6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그룹들의 대미 투자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됐다. LG전자의 경우 관세 등 통상압박에 대비해 미국 공장 투자를 서둘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지방정부의 투자 인센티브와 미국 경기 개선으로 '자발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직접투자는 940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에 우호적인 미국 정부의 태도도 한몫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주 정부를 비롯해 현지 공무원들이 매우 기업 친화적이다. 상당히 감동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