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마을에 있는 2000㎡(약 600평) 넓이 장단콩밭. 밭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토양 센서가 밭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센서가 2㎞ 떨어진 양수장에 신호를 보내자, 펌프가 작동해 물을 밭으로 보냈다. 이 기술은 KT의 노지(露地) 스마트팜이다.

KT는 이날 DMZ(비무장지대)에 있는 대성동마을에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개통하고 '대성동 5G DMZ 빌리지' 개소식을 열었다. KT는 5G망을 활용해 대성동마을을 농작물 관리에서 에너지 관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교육 분야의 최첨단 마을로 만들었다. 황창규 KT 회장은 "DMZ 대성동 5G 빌리지가 세계인에게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5G 기술력을 알리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대성동마을, 5G 전초기지 되다

대성동마을은 군사분계선(MDL)에서 400m 거리에 있다. DMZ에서 유일하게 민간인이 사는 곳이다. 현재 46가구, 주민 195명이 산다. 1953년 6·25 전쟁의 정전 합의에 따라 남쪽에는 대성동마을, 북쪽에는 기정동마을이 각각 들어섰다. 두 마을 간 거리는 1.9km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100m 높이의 첨탑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27일 황창규(맨 오른쪽) KT 회장이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마을에서 열린 'DMZ 대성동 5G 빌리지' 개소식에 참석해 대성동초등학교 학생이 VR(가상 현실)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마을은 바뀌고 있다. 마을회관, 대성동초등학교 등 주요 건물에는 에너지를 실시간 관리해주는 '기가 에너지 설루션'과 공기질(質)을 측정·분석하는 '에어맵 코리아' 기술을 적용했다. 대성동초등학교에 들어갔더니 1층 로비에 있는 TV 화면에 미세먼지·초미세먼지·습도·온도·소음 5개 항목의 측정값이 나와 있었다. 이날 마을의 미세 먼지 농도는 9㎍/㎥으로 '좋음'이었다.

마을 집집마다 스피커가 달린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했다. 응급환자와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명을 조작하는 리모컨의 긴급 버튼을 누르면 마을 이장에게 곧바로 상황을 전파한다. 군 허가 없이 출입이 불가능한 대성동마을에서는 환자가 마을 밖으로 나가거나 구급차가 들어올 때 이장의 요청이 필요하다.

마을회관에는 관제센터가 들어섰다. 50㎡(약 15평) 남짓한 관제센터 벽에는 65인치 TV 3대가 달려 있었다. 왼쪽에는 대성동마을 46가구에 있는 스마트LED 조명에서 수집한 상태 정보가 떴다. 특정 가구에 환자 발생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콘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알람이 울린다. 가운데 TV에는 에너지 소비 현황을 분석한 실시간 화면이 떴다. 오른쪽 화면에선 농경지 상태와 양수장 현황을 알 수 있다.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은 "5G 기술을 활용해 재난 사항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농사를 짓는 데도 훨씬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VR·AR 콘텐츠로 주민 생활도 나아져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콘텐츠도 도입됐다. 마을의 유일한 교육 시설인 대성동초등학교에는 혼합현실(MR)을 활용한 스크린 스포츠 시설이 들어섰다. 학교 2층 강당의 뒤쪽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스포츠 장면이 나오고, 학생들이 공을 차거나 던지면 스크린에 있는 골대에 골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교실과 마을회관에는 VR 기기를 비치했다. 학생·주민들이 언제든지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였다. 마을회관 3층 옥상에는 AR 전망대가 들어섰다. 이미지를 36배로 확대해 보여주는 카메라를 활용했다. AR 전망대로 보면 먼발치서 보였던 북한 쪽 인공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KT 이선주 상무는 "도심 지역뿐만 아니라 격오지에도 5G망을 구축해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든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