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기업 애브비가 주름개선 치료제 '보톡스'로 유명한 제약사 앨러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 시각) 밝혔다. 인수 대금은 총 630억달러(약 73조원)로, 올해 체결된 글로벌 제약사 M&A(인수·합병) 중 셋째로 큰 규모다. 외신들은 "애브비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질환 치료용 보톡스 시장에서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균(菌)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이 원료다. 보툴리눔 독소(毒素) 제품들은 약한 근육 마비를 일으켜 피부 잔주름을 펴주는 미용 목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원래는 다른 부위의 근육 경련 치료제로 개발됐다.

최근에는 근육을 마비시켜 근육과 혈관을 이완시키는 원리를 이용해 뇌성마비, 두통 등 질병 치료에 쓰는 일이 늘어나면서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암세포와 연결된 신경을 차단해 위암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외 보툴리눔 독소 제조사들은 질병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톡스 2라운드 '질병 치료'

애브비는 전 세계 1위 매출 의약품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를 개발한 업체다. 지난해 이 약 하나로 139억달러(약 16조원)를 벌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등 경쟁사들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로 휴미라 매출이 줄어들면서 차세대 신약 개발에 골몰해왔다. 앨러간은 이미 미국에서만 14개 질환에 대해 보톡스 사용을 허가받은 상태다. 애브비는 휴미라 개발을 통해 축적한 신약 기술력을 활용해 보톡스 적용 질환 종류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입센, 독일 머츠 등 다른 제약사들도 경쟁적으로 보툴리눔 독소를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치료용 세계 보툴리눔 독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의 피부 미용 수요가 90%가 넘는 한국과 달리 미국·유럽 등 선진 제약시장은 치료용 시장이 60%를 넘는다. 시장분석업체 '대달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9억달러 규모인 글로벌 보툴리눔 독소 시장에서 치료제가 27억달러로 미용(22억달러)보다 규모가 크다. 2021년에는 치료제 시장이 32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툴리눔 독소가 질병 치료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미용보다 더 큰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가 동일한 미용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다보니 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치료제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 선발 주자들에게 일정 이익이 보장된다. 질병 치료는 피부 미용보다 1회 약물 사용량이 더 많아 약품 처방액도 더 크다.

◇국내사들도 질병 치료제 연구 확대

국내 업체들도 질병 치료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보툴리눔 독소 제품 '메디톡신'을 뇌졸중 근육경직, 소아마비 아킬레스건 근육경직 등 5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현재 편두통과 다한증 치료에 관한 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일 '나보타'가 눈꺼풀 경련 치료 효과를 인정받으면서 보툴리눔 독소 치료 질환을 4개로 늘렸다. 현재 사각턱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휴젤도 '보툴렉스'로 4가지 질환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선진 시장으로 진출한 국내 보툴리눔 독소 제조사들이 질병 치료에서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