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로페이 운영권을 민간 법인에 넘기는 과정에서 필요한 출연금을 은행들 보고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제로페이로 돈을 벌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보지만, 정부와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거절하기 어려워 곤혹스러운 눈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제로페이 운영법인 설립준비위원회 명의로 금융회사들에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원을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법인을 만들면 이 돈을 기부금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제로페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워하자 정부가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탄생시켰다. 처음부터 '관제(官製) 페이'로 출발한 셈이다. 그러나 계속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겠다면서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은 또 민간에 손 벌리려 한 것이다.

은행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처음 제로페이에 참여할 때부터 등 떠밀려서 했는데, 이제는 출연금까지 추가로 내라고 요구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여태껏 제로페이 결제 수수료가 '제로(0)'인 만큼 민간 금융회사들은 제로페이로 벌 수 있는 결제 수수료 이익이 거의 없는데도 운영 비용을 대야 했다. 이제는 출연금까지 내라는 게 불만이지만 그렇다고 거절하기에는 정부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업성만 생각하면 출연금을 안 내는 게 맞지만, 혼자 튈 수는 없어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금융회사가 비슷한 서비스를 자체 운영 중인데, 제로페이에 별도로 참여할 유인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제로페이 전담 운영법인에 출연할지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 참여 은행에 (출연을) 요청한 건 사실이지만 강제성이 있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출연금 납부를 압박한 적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