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1)씨는 작년 연말 받은 성과급으로 코스피에 상장된 신한알파리츠를 1000주 샀다. 당시 5600원 선이던 주가는 반년 만에 6700원대로 크게 올랐다. 이씨는 "주식시장이 부진한데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주가는 꾸준히 올라 만족스럽다"며 "배당수익률도 투자 당시 기준으로 7%에 달해 은행 예금 이율보다 3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리츠·REIT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식을 사고파는 것처럼 투자가 용이한 국내 상장 리츠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리츠, 4~5%의 배당수익률에 주가도 올라

국내 리츠 시장은 2001년 처음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리츠 상품은 지난 5년 사이 125개에서 228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리츠의 총 자산 규모도 18조원에서 44조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가·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나 매각 등으로 수익이 나면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주식회사를 가리킨다. 증시에 상장되면 일반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그래픽=김하경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모두 5개로,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대형 공모 리츠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가 주목을 받고 있다. 뉴코아 5개 점포에 투자하는 이리츠코크렙은 올해 들어 주가가 27% 넘게 뛰었다. 지난 14일 이리츠코크렙은 주당 175원 현금 배당 계획을 공시했다. 연 2회 배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등한 현재 주가 기준으로도 배당수익률이 연 5.7%에 달한다. 신한알파리츠는 경기 성남의 판교 알파돔타워, 서울 용산 더프라임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역시 연초 이후 주가가 21% 이상 올랐다. 배당수익률도 연 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 리츠는 다른 사모 부동산 상품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이 높다. 신한알파리츠에 500만원 이하를 투자한 개인 투자자 비율은 전체 투자자의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 1주당 가격이 5000원대에서 시작해 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부동산에 투자해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도,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는 부담이 없다는 점 역시 매력 요인이다.

◇하반기 리츠 대어(大漁) 줄줄이 상장 예정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이 같은 인기에 발맞춰 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선 롯데그룹이 리츠 자산관리회사 롯데AMC를 설립해 올해 10월 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이 임차인이자 주요 투자자로 나선다. 총자산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롯데리츠가 상장하면 국내 리츠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NH리츠운용도 10월 서울스퀘어, 삼성물산 서초사옥, N타워, 잠실 삼성SDS타워 등의 지분을 담은 재간접 리츠를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리면서 리츠의 높은 배당수익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신세계, 이지스자산운용, NH리츠 등이 대형 리츠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기대를 모았던 홈플러스리츠 상장이 무산되면서 리츠 상장 시장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장 리츠와 상장 인프라 펀드 등에 집중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조만간 출시할 전망이다.

다만 리츠 역시 가격 변동성이 있는 투자 상품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상장 리츠 가운데서도 케이탑리츠, 모두투어리츠 등은 연초 이후 주가가 크게 내렸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 임대·매각 수익이 줄고, 시장 금리가 오르면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투자 대상에 따라 기대 수익과 위험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투자하려는 리츠가 어떤 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