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배우고, 라디오 DJ 되어 보고…
체험 놀이터로 진화한 팝업스토어

청담동 위스키 바에 팝업스토어를 낸 아모레퍼시픽 빈티지 에센스 바(Bar).

"빛깔이 다르죠? 잔을 살살 돌리면서 향을 맡아보세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건물에 위치한 지하 위스키 바, 젊은 층부터 중년까지 십여 명의 사람들이 크리스털 잔을 진지하게 돌리며 위스키를 시음하고 있었다. 주류 동호회 정기모임이라도 열린 걸까? 예상과 달리 이곳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주까지 운영한 화장품 체험 행사장이었다.

유통업계가 이색 팝업스토어(임시매장)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접근성이 높은 매장이나 백화점이 아닌 후미진 골목이나 제품과 어울릴 거 같지 않은 공간에 문을 열어 특별한 경험을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빈티지 에센스 팝업스토어를 위스키 바에서 열었다. 한 증류소의 원액으로 만드는 싱글몰트 위스키처럼 하나의 원료로 만들었다는 제품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곳에 매장을 열고 관련 체험 행사를 운영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는 발견하기 어려운 공간인 데다, 신청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했지만, 하루 평균 150여 명이 방문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로 부상한 싱글몰트 위스키 문화를 접목해 화장품의 고유 성분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다. 평일에도 홀이 가득 찰 만큼 많은 고객이 찾았다"고 했다.

라디오 방송국을 주제로 문을 연 ‘모카라디오’ 팝업스토어.

동서식품은 지난달 24일부터 7월 중순까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모카라디오 팝업 카페를 운영한다. 2015년부터 시작한 팝업스토어 시리즈로, 앞서 모카다방, 모카책방, 모카사진관, 모카우체국에 이어 올해는 라디오 방송국처럼 공간을 꾸몄다.

이곳에서는 매일 DJ가 방문객들이 신청한 음악과 사연을 소개한다. 또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 활동 중인 21명의 DJ들이 출연해 여행, 음식,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의 방송을 진행한다. 방문객이 직접 DJ가 되어보기도 한다.

제이에스티나는 신규 색조화장품 조엘라인의 출시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에 ‘핑크 스테이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화장품 매장 하면 백화점이나 고급 매장을 내는 것과 달리, 시장에 매장을 내 기존의 메이크업 습관을 탈피하겠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매장으로 향하는 골목길 곳곳에는 전단도 붙였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하이트진로는 80년대 주점을 재현한 포장마차형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이달 말까지 운영하고, 동원참치는 영화관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동감독의 원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참치 요리를 체험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80년대 주점처럼 꾸며진 진로의 팝업스토어 강남점.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두 달 정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상점이다.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지만, 팝업스토어는 점점 진화하고 확산하는 추세다. 새로운 경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매년 운영하는 팝업스토어의 경우 누적 방문객이 모카사진관 9만명, 모카우체국 10만명에 달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IT컨설팅 업체 아바나데와 이케이엔(EKN)의 소매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통적인 형태의 매장이 50% 이상 축소되고 팝업스토어와 테마형 매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가교 역할을 하며 새롭고 차별화된 마케팅 및 판매 채널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