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SRI)에 전세계 금융투자업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기업 참여도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성 다양성을 존중하면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두꺼운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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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女 등기임원 2.9%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유리천장 현황을 조사해 25일 발표했다. 2018년 12월 결산법인 기준 753개사가 집계 대상에 올랐다. 대신지배연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 내 여성의 역할 강화를 주목하고 있다"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전체 직원 대비 여성 비율이 평균 25.2%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S&P 500 상장사들은 여성 비율이 44.7%에 이르렀다. 또 미 러셀(Russell) 3000 기업들의 이사회 내 여성 등기임원 비율은 17.7%를 기록했으나 코스피 상장사는 2.9%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지배연은 직원 수 대비 등기임원 비율을 성별끼리 구분해보면 여성의 유리천장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코스피 상장기업의 남성 직원 대비 남성 등기임원 비율은 0.46%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 직원 대비 여성 등기임원 비율은 10분의 1 수준인 0.04%로 집계됐다.

성 다양성은 기업 실적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대신지배연은 전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여성 등기임원을 보유한 코스피 기업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3.72%로 조사됐다. 이는 남성 임원만 있는 기업의 ROE(1.55%)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정성엽 대신지배연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성별과 무관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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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은 착한기업에 투자

성 다양성뿐 아니라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비재무적 요소는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잣대 중 하나다. 주요 선진국 기관들은 앞다퉈 ESG 투자원칙을 수립하고 ESG 관련 지수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술·도박과 관련된 기업에 일절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웨덴 공적연금인 제2국가 연금펀드(AP2)는 작년부터 운용자산의 30%를 ESG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도 미 연기금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투자원칙’을 도입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SG가 투자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 되긴 어렵겠지만 ESG 등급이 낮은 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더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폭스바겐·옥시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비재무적 리스크의 파급력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