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얼어붙었던 서울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싸지 않은 노원·도봉·강북구에도 수요자가 몰리며 이 지역 집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집값이 바닥까지 내렸다는 ‘바닥론’이 나오며 일부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25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7호선 중계역 역세권인 노원구 ‘중계무지개’ 전용 49.54㎡는 최근 3억5800만원에 매매되며 지난 2월보다 7000만원가량 올랐다. 층수에 따른 가격 차이도 있겠지만, 서울 집값이 과열됐던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꽤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3분기 이 면적 최고가는 3억8000만원이었고,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은 3억5000만원이었다.

바로 옆 아파트인 ‘중계그린1단지’ 전용 59.46㎡도 올해 2분기 4억~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3분기에 같은 면적이 3억7500만~4억1500만원에 거래됐던 것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도봉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2월 5억8000만원에 매매된 도봉구 ‘창동주공3단지’ 전용 79.07㎡는 지난해 3분기보다 1000만원 올랐다. ‘동아청솔’ 전용 59.96㎡도 지난달 5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8~9월과 비슷한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단지’의 경우 올 2분기 전용 59.6㎡가 5억8000만원, 전용 84.97㎡가 5억9800만~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용 59.6㎡은 오히려 지난해 7~8월보다 올랐고, 전용 84.7㎡은 지난해 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노·도·강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 실수요자들의 불안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최근 강남권에서 급매물이 소화되고 일부 신고가가 나오는 것을 본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들 지역에서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이런 조바심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서울 시민의 주택 구매 의사를 나타내는 주택 구입태도지수는 지난해 9·13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분기 이 지수는 전분기보다 0.5포인트 상승한 70을 기록했다.

서성권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서울 동북부 지역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 균형 개발 등에 따라 교통·인프라가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집값이 아직은 내 집 마련을 하기 적당한 수준이라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앞으론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다는 심리가 강하게 깔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