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PEF(사모펀드)와 손잡고 ‘매그나칩’ 파운드리(비메모리 위탁 생산) 부문을 인수하는 데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PEF인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에 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매그나칩은 2004년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비메모리 사업 부문을 매각해 독립 출범한 회사다. 일부 비메모리 생산과 충북 청주, 경북 구미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2004년 매각했던 매그나칩을 다시 인수하려는 이유를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 탄탄한 영업망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5일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 인수에 뛰어든 것은 ‘파운드리 틈새시장 공략’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그나칩은 대만 TSMC·삼성전자 등 대형 파운드리 업체가 집중하고 있는 12인치(300㎜)가 아닌 8인치(200㎜) 공정에 주력하고 있다. 매그나칩 인수를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나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대형 파운드리는 300㎜ 웨이퍼를 이용해 퀄컴·애플 같은 글로벌 회사가 5G(5세대 이동통신)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그래픽칩 등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적합하다면, 8인치 시장은 그 외 팹리스(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회사)의 ‘다품종 소량생산’ 니즈에 대응할 수 있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해 710억달러(약 82조원) 수준이었던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23년 981억달러(약 114조원)로 4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DB하이텍의 경우 가동률이 최근 100%에 근접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미 감가상각이 끝난 생산라인과 함께 8인치 라인을 운영해 본 인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그나칩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매그나칩의 공장이 노후화했기 때문에 생산라인 자체보다는 탄탄한 영업망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의 지분 100%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닌 PEF 출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고비용’ 문제가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이 보유하고 있는 반(半)자동화 8인치 웨이퍼(반도체의 원료인 둥근 원판) 공정의 경우 인력이 다수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PEF를 내세워 먼저 인력 구조조정을 해 알짜만 인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매그나칩 인수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