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거래 은행, 향후 주거래은행으로 연결
아동수당 확대 시행도 영향…전용 적금도 출시

은행권이 영유아 고객을 타깃으로 한 금융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유아 단계에서부터 해당 은행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해 미래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은 임산부를 위한 태교금융상품인 ‘내 아이를 위한 280일 적금’을 출시했다. 아이의 태명과 예정일을 등록하면 우대금리를 주고, 가입 후 일정 조건을 달성한 고객에겐 육아용품 전문점 할인쿠폰과 여행사 태교여행상품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태아가 직접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신했을 때 아이를 위해 국민은행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추후 아이들에게 금융상품이 필요할 때 국민은행을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일종의 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캐릭터 등을 활용해 영유아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24일부터 출시된 우리은행의 ‘핑크퐁과 아기상어 통장’.

국민은행 외에도 여러 은행들이 영유아 금융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은 ‘개구쟁이 스머프’ 캐릭터로 디자인한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을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지난 24일부터 ‘핑크퐁과 아기상어 통장’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의 영유아 상품인 우리아이행복통장, 우리아이행복적금, 우리아이행복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핑크퐁과 아기상어 캐릭터가 그려진 통장을 지급하는 것이다.

은행권이 영유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생애주기 마케팅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사회초년생 급여통장, 장병 전용 적금, 중·고등학생 학생증 등으로 목표 고객군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며 "최근엔 영유아 고객 확보를 위해 은행권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저축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통장을 만들어주고, 명절에 받는 용돈 등을 직접 저금하도록 한다"며 "향후 스스로 경제생활을 할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거래한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선택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확대 시행된 아동수당 정책 역시 은행권의 영유아 마케팅 열풍에 한몫했다. 그동안 아동수당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만 5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됐지만, 올해 1월 아동수당법 개정에 따라 4월부터는 부모의 소득·재산과 관계없이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이 10만원씩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상 아동 수는 약 237만명에 달한다.

이에 맞춰 기업은행은 아동수당을 수령할 경우 추가 금리를 주는 ‘IBK W 아이좋아통장’을, 하나은행은 최고 연 4.3%(3년제, 세전) 금리가 적용되는 ‘KEB하나 아동수당 적금’을 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모 소득, 재산과 관계없이 아동수당이 지급되다보니 당장 육아비에 아동수당을 보탤 필요가 없는 가정이 많고, 부모들은 아동수당을 조금이라도 더 불려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