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방한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2016년과 2018년 이후 3번째다. 조선업계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하는 국가에서 대규모 경제협력을 발표한 만큼 이번 방한에서 현대중공업에 선물보따리를 안겨줄지 기대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오는 26일 방한해 정기선 부사장과 만난다. 이번 만남은 빈 살만 왕세자측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실상 사우디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실세’다. 그는 지난해 2240억달러(약 254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아람코를 움직이는 인물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25.80%)의 장남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0%를 갖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정 부사장은 이번 만남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합작조선소 건립을 비롯해 선박·육상용 엔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5조원이 투자되는 조선소는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지분은 약 10%다. 엔진 사업은 올해까지 총 4억달러(약 46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00여대 규모의 엔진공장을 사우디에 세울 계획이다.

두가지 사업은 정 부사장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알 팔리 아람코 회장과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 등이 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 직접 맞이한 바 있다.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은 그에 대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고 평하기도 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조선업 발전에 기여한 대가로 일감을 수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과거 순방 국가에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올 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280억달러 규모로 경제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파키스탄에서는 20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투자와 기술 협력이 사우디에서 발주할 선박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회동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선물보따리’를 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눈여겨 보는 일감으로는 아람코의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꼽힌다. 설계부터 생산으로 이어지는 2개 해양설비 패키지 사업으로 공사비가 60억~70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Bahri)발 선박 수주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바흐리는 아람코와 20척에 달하는 용선계약을 바탕으로 초대형 유조선 및 중형 탱커 발주를 계획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형조선소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바흐리가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 및 중형 탱커 최대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