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I 서비스'로 호텔 사업서 두각
SK텔레콤은 '보안' LG유플러스는 '콘텐츠'

말 한마디로 호텔 객실 조명, 냉·난방까지 제어하고, 심지어 비품 신청도 할 수 있을까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인공지능(AI) 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을 찾은 투숙객들이 이미 즐기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7월 KT가 호텔용 AI 서비스 ‘기가지니 호텔’을 적용했기 때문이죠.

투숙객들은 리모컨을 찾아 헤매거나 프론트로 문의할 필요 없이 ‘화장실 불 켜줘’ ‘트와이스 음악 틀어주고 베개랑 슬리퍼 좀 가져다줘’라고만 하면 됩니다.

낯선 호텔에 갔을 때마다 당황해 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투숙객이라면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서비스입니다.

KT가 설립한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전경.

흥미로운 건 호텔 자체도 KT가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 호텔은 KT의 부동산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설립했습니다.

그룹 전체로 봤을 때도 호텔에 KT의 ICT 솔루션을 통합해볼 수 있으니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볼 만합니다.

KT에스테이트는 2022년까지 서울 시내 핵심 상권 4곳에 ICT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브랜드 호텔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올해 서울 압구정동에 하얏트 안다즈를 완공하는 데 이어, 2021년에는 서울 송파 소피텔, 2022년에는 서울 명동에 매리어트 계열 호텔 서비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모두 노후된 KT 기지국이 있던 유휴 부지가 호텔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통신 기업’ 하면, 유·무선 통신 사업만 할 것 같지만, 최근에는 KT처럼 자회사를 통해 본업 외 사업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많이 포착됩니다.

SK텔레콤 또한 최근 보안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새로 ADT캡스가 자회사로 편입한 만큼 SK인포섹과 융합보안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ADT캡스는 국내 물리보안 시장에서 2위, SK인포섹은 정보보안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데 SK텔레콤의 조직력·자금까지 더해진 만큼 ‘막강 보안 서비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난 4월 국내 통신사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5세대)가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보안이 필수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가 투자·배급한 대표작들. 미디어로그 제공

LG유플러스의 대표적 자회사로는 미디어로그가 있습니다. 미디어로그는 알뜰폰 서비스로도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 투자·배급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도어락’ ‘리틀포레스트’ ‘존윅’ ‘동주’ 등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들이 미디어로그를 통해 투자·배급됐습니다.

LG유플러스가 통신3사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인터넷TV(IPTV)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걸 떠올려본다면 LG유플러스의 ‘외도’는 그 이유를 짐작해볼 만합니다. 통신업계 1·2위인 SK텔레콤, KT를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이 미디어·콘텐츠에 있다고 본 것이죠.

통신업체들은 여러 산업이 융·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무엇이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고민, 또 고민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포털, SI(시스템통합) 등 같은 ICT 산업이 크로스되는 것을 넘어 전혀 별개의 산업군의 기업들끼리도 경쟁관계가 되는 시대가 왔다"면서 "규제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