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알려진 극심한 통증 중 하나로 알려진 질병이 있다.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삼차신경통 발병 환자는 ‘얼굴을 칼로 베는 듯’하거나,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고 고통을 표현한다. 삼차신경통은 혈관 퇴행성 변화에 의해 주변을 지나가는 삼차 신경을 압박한다. 신경의 과흥분으로 인해 안면부에 심각한 통증을 유발한다.

삼차신경통은 치통으로 오해하기 쉽다. 삼차신경통은 얼굴부위 감각기능과 턱의 씹는 기능을 담당하는 제 5번 뇌신경, 일명 ‘삼차신경’이 주변혈관에 의해 압박되면서 발생한다. 여기서 삼차신경이 뻗어있는 이마, 뺨·코 주변, 아래턱과 입 주변에 주로 통증이 발생된다.

자극에 의해 순간적인 안면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통으로 오해된다. 하지만 치통과 달리 점차 통증 주기가 짧아지고 통증 강도가 심화된다.

삼차신경통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안면 통증이 심해 식사를 할 수 없고 양치질이 불가능하게 된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같은 사소한 자극에 의해서도 안면 통증이 유발된다. 몸의 전신 면역력이 저하되고, 영양 실조까지 발생한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 질 정도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다.

삼차신경통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정맥이나 동맥이 삼차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극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차신경통 약 5~8%는 뇌종양, 감염질환 등 특정 질환으로 삼차신경이 손상돼 통증이 유발되는 이차성 삼차신경통이다.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 질환은 피로, 긴장 등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서도 발생한다"면서 "조기 치료를 놓치면 결국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안면부에 통증 주기가 짧아지면서 강도까지 심해지면,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박봉진 교수팀이 삼차신경통 환자를 대상으로 미세혈관감압술을 실시하고 있다.

삼차신경통 약물치료는 수술적 치료에 비해 위험성이 적고, 간편하다. 항간질병제, 항경련제 등을 사용한다. 다만 약의 내성이 생길 수 있으며, 일시적 통증만 해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을 지속 복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해소 효과는 줄어든다. 질환으로 인한 고통 발생을 줄이고자 약 용량을 늘리게 되면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약물 치료로는 질병의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삼차신경통의 효과적 치료법 중 하나로는 질병 원인을 제거하는 ‘미세혈관감압술’이 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압박하는 혈관과 해당 신경을 떼어내는 치료법으로 고난도 수술이다.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다양한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

박봉진 교수는 "삼차신경통의 근본적인 치료가 미세혈관감압술이지만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 임상경험이 뛰어난 의료진에게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삼차신경통의 심각한 후유증으로는 수술 후 안면 감각 이상이나 청력 저하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질환 예방을 위해 수술 중 신경 모니터링을 시행하지만 10% 내외에서는 수술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진의 고도 집중력, 수술 전문성, 다양한 임상경험이 필요하다.

미세혈관감압술 10년 내 재발률은 20% 내외다. 이는 경피적 치료법인 알콜 주입술이나 고주파 신경 치료술, 방사선수술 등과 비교하면 높은 치료 성공률과 낮은 재발률로 삼차신경통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박 교수는 "삼차신경통과 동일한 발병 원인을 갖고 있는 반측 안면경련증 또한 미세혈관감압술이 유일한 완치법으로 재발률이 10% 내외다"고 설명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문제가 발생한 부위 혈관과 신경을 분리한 후, 그 사이에 테프론이라는 물질을 삽입해 혈관 박동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감압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특별한 주의 사항은 없다.

박 교수는 "수술 직후 증세가 즉각 호전되는 등 치료 반응이 빨리 나타난다"면서 "일반적으로 수술 후 테프론이 수술 부위에 충분히 유착이 일어날 때까지 한 달 정도는 뇌 내 압력이 올라가는 코 풀기나 물구나무서기 등을 피하며, 머리를 부딪치는 등 상황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편 삼차신경통은 주로 노인에게서 발생한다. 인구 10만명당 5명 정도의 낮은 발생률을 보이는 난치성 통증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