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태풍 발생 빈도를 살펴봤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안하면 21세기 후반에는 기후변화로 더 강력한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두려움이 커졌지만, 원자력보다 기후변화 리스크(위험)가 훨씬 크다."

케리 이매뉴얼(Kerry Emanuel)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상학과 교수는 20일 ‘2019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 인터뷰를 갖고 "역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탄소 저감’ 목표를 가장 빨리 달성하게 해주는 것은 원자력 뿐"이라고 말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뛰어난 원자력 자산을 가진 한국은 탄소저감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는데, 경쟁력을 갖춘 원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탈원전은 잘못된 길이며 이는 한국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 원전산업을 이끌어오며 기술은 발전하고 과학자·엔지니어는 한발 진보했는데, 이를 정치가들이 막고 있어 안타깝다"며 "때로는 정치가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해 실수한다"고 덧붙였다.

이매뉴얼 교수는 장기적인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최초로 밝힌 세계적 기상학자다.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에 꼽혔다. 200편이 넘는 논문을 투고했으며 3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선언했을 때 정책의 재고를 바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한국형 원자로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탈원전을 선언하는 게 것은 세계가 저탄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걱정으로 서한을 보냈다"고 했다.

이매뉴얼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탄소저감이다. 세계적 추세는 탈원전이 아닌 탈탄소(탄소저감)라는게 그의 이야기다. 이매뉴얼 교수는 "기후변화가 80년간 가속화된다면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막대한 비용을 야기할 것"이라며 "미래의 자녀들을 위해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19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케리 이매뉴얼 MIT 기상학 교수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신재생만으로 탄소저감 불가능…온실가스 배출하는 LNG도 최선책 아니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8% 수준에서 2040년 30~35%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석탄과 원자력 비중은 축소할 계획이다.

이매뉴얼 교수는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30% 늘리면서 탄소저감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원자력 없이 신재생과 LNG(액화천연가스)만으로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약속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재생에너지 35%도 삼림 파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을 원자력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는 탄소저감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산화탄소와 지구와의 전쟁에 재생에너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있지만, 사람들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을 줄이면서 원전 대신 LNG 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에 대해 그는 "탄소를 줄이는데 LNG가 석탄보다는 도움이 되겠지만 최선책은 아니다"면서 "LNG가 석탄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나 신재생 에너지와 비교하면 탈탄소화의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매뉴얼 교수는 이를 동시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했다.

그는 "에너지 자원이 없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규모가 크지 않는 한국이 에너지 독립을 이룰 유일한 길은 원전"이라고 말했다.

케리 이매뉴얼 MIT 기상학 교수.

◇ "탈원전, 수출 막고 전기요금 인상 야기할 것"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 하면서 해외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매뉴얼 교수는 "스위스 국민들이 초콜릿을 더이상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를 수출한다면 과연 한국에서 수입하겠느냐"면서 "마찬가지로 한국 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상품(원전)을 외국에서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원전이 원전 수출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탈원전을 하면 원전 기자재 공급 등 산업이 무너지고 전문가 수가 줄어 해외 고객 입장에서는 한국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연 6조달러(약 7019조원) 이상의 탄소 저감 시장의 잠재력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그는 "탄소저감 기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주가 시작됐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원전(탄소저감) 시장은 곧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며 "러시아나 중국이 정치적으로 폐쇄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민주국가인 한국이 원전을 가동, 수출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을 막을 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매뉴얼 교수는 "현실적으로 경제성이 높은 원전을 버리고 전기요금이 올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대신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현재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35%인데, 재생에너지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많이 거둔 결과 결국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 "독일처럼 지나치게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석탄발전은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세금으로 신재생을 늘렸지만, 탄소 배출은 낮추지 못해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했다는 게 이매뉴얼 교수의 판단이다.

◇ "원전, 각종 규제가 안전성 강화…신재생보다 안전"

원전이 위험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있지만, 이매뉴얼 교수는 원전이 신재생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더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리스크(위험)가 없는 에너지는 없지만, 원전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강화되고 기술이 진보했다는 것다.

그는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많았던 만큼 각국은 규제를 강화해 안전을 강화했다"며 "반면 수력은 댐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태양광은 패널을 버릴때 나오는 카드뮴, 금속 등 위험물질이 있지만 별다른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 의사결정 문제"라며 "지금까지 방사능 폐기물로 사고가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1950년대 비행기에서 날개가 떨어지는 사고가 났을 때 각국은 비행을 중단하는 대신 안전을 강화해 오늘날 비행이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주요국은 오히려 안전 규제를 강화해 지금은 그 어느 발전원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