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4.3% 매입…"10%까지 확대"
"경영권 분쟁 끝" 주가 급락…KCGI 향후 행보에 관심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180640)지분 4.3%를 확보하면서 한진그룹의 우군으로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성부 펀드(KCGI)가 수세에 몰렸다. 델타항공이 자금력이 있는 만큼 KCGI가 지분 맞대결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가 자금회수(엑시트)를 고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KCGI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델타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한진칼의 지분을 10%까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군의 지분율은 38.93%까지 늘어나게 된다. KCGI 지분율은 현재 기준 15.98%다. 증권업계에서는 KCGI가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GI가 시작한 경영권 분쟁이 결국 한진 측 승리로 끝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이날 한진칼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코너에 몰린 KCGI, 지분 매입 계속할까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각) 자사 홈페이지 '뉴스 허브' 코너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델타항공이 왜 한진칼 지분을 인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델타항공이 대한항공(003490)과 깊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내년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 안건을 둘러싼 표대결에서 조 회장에 유리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16% 가깝게 사들이며 조 회장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델타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은 조 회장 측에 호재다.

다만 아직 한진칼의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만큼 KCGI가 추가 지분 취득으로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KCGI 측이 다시 판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진칼 지분을 최소 12.7% 추가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 지분율이 34.0%로 줄고 주주총회에서 친(親) 조원태 표가 42.7%, 반(反) 조원태 표가 42.8%를 확보하게 된다.

KCGI가 지분 추가 매입 계획을 그대로 이어갈 지도 관심이다. KCGI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캘거리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캘거리홀딩스 역시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11번째 특별관계자로 추정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만든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이에 앞서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8일 한진칼 주식 지분을 기존 14.98%에서 15.98%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조선일보DB

◇"승산 없다" 평가에 KCGI는 "자금회수 검토 안해"

증권가에서는 KCGI가 추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지난해 10월 처음 경영 참여를 선언할 당시 1만원대 후반이었던 주가가 4만원 안팎으로 치솟아 추가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대형 증권사들은 한진그룹과의 사업 관계 때문에 강성부 펀드에 자금줄을 대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여러 걸림돌을 피해 최근 강성부 펀드는 KTB투자증권, 더케이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지난달 KCGI가 지분 20%까지는 확보한다는 리포트를 냈던 유안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도 엑싯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돌아섰다.

그는 이날 "KCGI가 20%까지 지분을 끌어올리고 주주 설득으로 우호지분을 확대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으나 이제는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나머지 주주 중 기관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한진 측 손을 들어줬고 외국인 지분을 모두 모아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CGI는 자금 회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KCGI는 입장문 발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