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원자력 산업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경험도 있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 하지만 자체적인 국내 원전 프로그램 없이 수출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

"스위스가 당장 내일부터 초콜릿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수출은 하겠다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어떻게 원전 운영 능력을 확보하고,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고 믿겠나."(케리 이매뉴얼 MIT 기상학 교수)

왼쪽부터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 케리 이매뉴얼 MIT 기상학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에너지포럼’ 첫 번째 세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 원전 수출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한국 에너지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은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패널로는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 케리 이매뉴얼 MIT 기상학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정범진 교수는 국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출 기반 에너지 시장을 만들기 위해 원전 건설 기술을 개발하고 성과도 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이후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부 의지와 산업계 노력으로 APR1400(한국형 원자로)이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원전의 단계적 폐지 정책으로 역량이 증발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징 사무총장은 독일, 스웨덴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유럽 국가 사례를 언급하며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리징 사무총장은 "스웨덴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을 마련했고 수출도 성공했지만, 자국 내 원전 건설을 멈추면서 공급망이 무너진 적 있다"며 "국내에서는 쓰지 않으면서 수출만 하는 국가는 없다. 자국 내 공급망을 가지고 수출해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원자력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펴게 되면 젊은 인재는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원자력업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즉각적으로 사라진다. 역량 있는 직원들을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챌린저호 사고를 언급하며 정치인이 과학자나 기술자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챌린저호는 1986년 미국에서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우주왕복선이다. 이매뉴얼 교수는 "챌린저호 사고에 대한 청문회 결과 정치인들이 과학자, 기술자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때로는 정치인이 전문가 의견을 무시해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한국처럼 경제성 있는 원자력 기술을 갖춘 국가가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러시아도 원전을 수출하고 있지만 폐쇄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개방된 환경에서 원자력 기술력을 발전시킨 역량이 있다. 한국이 전문가를 육성하지 않으면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정범진 교수도 "탈원전을 할 경우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장비 등 부차적인 시스템은 수출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내 공급망 유지가 어렵다"며 "정부가 수출을 반대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인 제스쳐로 원전 수출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